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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은 빵을 많게 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요한 6,5)는 예수님의 질문을 들었을 때에, 대답하는 제자 필립보나 안드레아는 소위 인간적인 계산에 밝았던 듯 합니다. “이백 데나리온어치 빵으로도 충분하지 않겠습니다.”,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6,7-9)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 두 사람은 당면한 상황을 헤아리고 가늠하는 능력이 좋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희박한 가능성을 더 확실하게 인지합니다.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놀라운 일과 같은 방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 방법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면 포기도 빠를 것입니다.

 

  결국 셈이 밝다는 재주, 능력 때문에 역설적으로 예수님이 누구이신지를 더 몰라보게 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노력만으로 부족함을 느낄 때, ‘제가 가진 것은 이것뿐이지만, 모두를 내어놓는다면 당신께서 나머지를 채워주실 것을 믿습니다’ 라는 마음이 쉽게 잊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이야기나 때로 어떤 사람들이 체험했다고 하는 것처럼 오히려 우리 힘만으로 안될 것 같고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는 그 때에야 비로소 하느님의 손길이 움직이는 것을 인정하고 느끼게 될 수 있기도 합니다.

 

  공동체나 혹은 주변에서 봉사를 많이(혹은 꾸준히) 하시는 분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걸림돌이 되거나 불편한 상황, 집중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하여 봉사하기를 포기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하느님의 일, 하느님의 공동체를 위하여 일할 때에 이런 믿음이 필요합니다. 내 사정을 너무 고려치 않으면 스스로도 무너지고 공동체에도 폐를 끼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하지만, 하느님께서 부족한 것을 채워주실 것이니까 봉사할 수 있는 것인데 자신의 힘만으로 봉사하려고 할 때에는 용기도 내기 힘들뿐더러, (타인을 위하는 봉사를 하지만) 자신이 감당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것 곧 자신을 위한 노력만을 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기에,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할 때에는 ‘하느님을 위하여 일한다’는 사명감이 필요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셨고 또한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시는 일이기 때문에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한다’는 계명이 더욱 가치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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