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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부활 제3주일이며 한국교회에서 정한 ‘생명주일’입니다. 오늘 전례의 요한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 제자들과의 세 번째 재회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 장면 가운데 몇 가지 특이점을 함께 살펴봅시다.

 

  이 ‘세 번째’(요한 21,14) 만남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를 필두로 하는 제자들에게 특이한 당부를 하십니다. 부활 직후와 이후 제자들을 찾아가시는 장면에서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던 제자들을 안심시키시고, 메시아의 부활에 관하여 생전에 알려주셨던 말씀을 상기시킴으로써 당신이 부활하셨음을 믿고 불안함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이제는 베드로에게 세 번에 걸쳐 반복된 질문을 건네시며 그 말미에 “내 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15-17)라는 당부를 덧붙이십니다.

 

  그 당부가 굳이 ‘내 양들’을 돌보라고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곳곳을 누비며 활동하실 때에도 만나는 사람들 모두를 측은히 여기시며 ‘길 잃은 양들’을 바라보시는 마음으로 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예수님과 동행하며 그 모든 현장에서 같은 사람들을 만났던 제자들은 그 ‘양들’을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았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내 양들을 이제 너희들이 나를 대신하여 돌보아야 한다’는 사명을 주시는 동시에 ‘그들을 목자인 너희가 돌보아야 할 양들처럼 바라보고 대해야 한다’는 사명을 주십니다. 

  여러 공동체에서 간혹 이런 부류의 경험들을 한 적이 있습니다. 공동체의 교우들 특히 아이들이 사고를 겪거나 급작스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코로나 이후에는 격리로 고생했을 때에, 그분들이 그 고충을 겪는 것을 단순히 ‘안면이 있는 어떤 사람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보지 않고 ‘마치 내 가족이나 이웃, 자녀가 겪는 고충’이라는 마음으로 어떤 표현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어린아이를 예뻐하고 아낀다 하여 친부모와 같은 정도로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그때에 자신의 가족이나 자녀를 바라보며 걱정하고 기뻐하는 마음(의 방향성) 만큼은 같아질 수 있다고 봅니다. 조심스레 그런 소소한 표현을 했을 때에, 예상밖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기뻐하는 분들을 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 모든 이를 ‘구원받기 위해 당신께서 돌보아야 할 양들’로 바라보신다면, 이제는 우리가 서로를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요구하시는 것이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시는 사명입니다. 

  우리도 그저 교우(敎友), 이웃, 친구로 지내기도 하지만 공동체 전체나 구성원들의 상황을 바라볼 때에 ‘내가 좀 더 보살피고 돌보아야 할 필요가 있기도 한’ 양들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그럴 때에, 생전에 양들을 살뜰히 돌보셨던 ‘부활하여 살아계신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상을 더욱 깊이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예수님께서는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라도 양들을 돌보는 목자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나를 따라라.”(21,18-19)

 

  굳이 그러해야 할 이유를 혹시라도 찾지 못할까봐 예수님께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가르쳐주시며 제자들, 우리와의 만남을 마칩니다 : “나를 따라라.”(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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