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일 연중 제 32주간 금요일(루카 17,26-37)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나라와 사람의 아들이 오심이 임박하였기에 회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시고자 노아와 롯에 관한 이야기를 말씀하십니다. 시대의 징표를 읽지 못하고 홍수가 밀려오기까지 먹고 마시는 것에만 몰두하던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나, 소돔과 고모라가 불바다가 될 때에 남겨두고 온 것에 마음을 빼앗긴 롯의 아내처럼 되지 말고 회개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때가 오면 두 남자나 혹은 두 여자 가운데 회개하는 사람은 구원을 받고, 회개하지 않은 사람은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딱 잘라서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회개하지 않아 사람의 아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사람들은 마치 주검과 같아서 독수리들의 먹이가 되듯 그렇게 멸망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그때와 그 시각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에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언제나 회개하는 자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회개하였다는 것을 드러낼 수 있겠습니까?

  회개한 사람, 그래서 구원의 날을 믿고 기다리는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오늘 제1독서의 말씀이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형제적 사랑입니다. 요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 “부인, 이제 내가 그대에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내가 그대에게 써 보내는 것은 무슨 새 계명이 아니라 우리가 처음부터 지녀 온 계명입니다. 곧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우리가 그분의 계명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고, 그 계명은 그대들이 처음부터 들은 대로 그 사랑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2요한 5-6)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만나는 모든 사람을 가리켜 형제요 어머니이며 벗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하고 마음이 맞는 사람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조건없이 모든 사람을 형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너른 사랑입니다. 내가 좋아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내 이웃이며 형제요 자매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본받고, 회개의 표시로 드러내어야 할 사랑은 바로 이런 너른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