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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부모가 부모노릇을 마다하거나 자식이 자식노릇을 하지 않으면 관계의 단절이 올 수 있습니다. 설령 그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 편만 애쓰는 일방적인 관계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하느님에게서 멀어진 채 하느님과의 관계가 소원하고 단절된 듯한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더군다나 그의 직업은 세관장이었고, 상습적으로 죄를 짓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자캐오와 같은 사람을 두고 세간에서는 ‘죄인’이라고 낙인찍었으나, 예수님은 그를 ‘잃은 사람’(루카 19,10)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문화에서 ‘죄인’은 ‘의인이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까지도 담고 있다. 그가 지금 잘못한 것이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영영 회개할 수 없을 사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죄인'은 나마저도 죄에 물들게 할까봐 두려워 상종조차 꺼려지는 존재, 곧 ‘단절된 관계’의 대상인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잃은 사람’은 ‘되찾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단절된 관계를 회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죠.

  자캐오가 자신의 회개(悔改)를 입증해보이는 그 모습이 간절하고도 진실되기에 예수님의 마음을 움직였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예수님의 반응을 보면 그분은 자캐오를 ‘죄인이 아닌 잃은 사람’으로 보고 계셨으며, 언제라도 그가 회개하기를 바라고 계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해성사를 볼 때, 용서해 줄 준비가 되어있는 하느님의 마음을 읽기보다는 ‘내가 느끼는 부끄러움’에만 사로잡혀 있을 때 고해성사는 은총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누군가와 화해하고 용서해야 할 때, 상대방은 이미 마음을 열고 있는 줄도 모른 채 내 마음 다스리기에만 급급한 사람은 화해하는 데에 인색하거나 더딘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이든 교회이든 이웃이든, 그 상대방이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기를 바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존재라면 그 자체가 얼마나 축복인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축복과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자 더욱 노력해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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