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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인터넷등을 통해 사회면 기사를 읽다 보면 너무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 가운데 하나가 '횡령하고, 거짓으로 사람들을 속이고, 뇌물을 주고받고' 한 사람들이 그만한 처벌을 피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대다수는 그들이 돈이 많거나 권력에 가까운 사람들이기 때문에 처벌을 모면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세태를 비꼬는 말이었지만, 이제는 '진리'에 가까운 말이 되지 않았나 싶기까지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말그대로 돈이 있어야 힘없이 당하지 않고 억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무조건 돈은 많이 벌어놓고 봐야 한다'는 생각이 젊은이들과 어린아이들의 의식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습니다. 나도 돈이 없어서 그렇게 당하고만 있고 싶지는 않고, 그래서 돈있는 사람이 되어서 그런 혜택을 보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늘어만 가는 듯 합니다.

  꼭 돈 뿐만이 아닙니다. 생활 가운데 겪는 어려움들은 내가 내 분을 못이겨서 실수를 하기 때문 혹은 주위 사람들이 나를 괴롭히기 때문 등의 이유로 생겨나기도 합니다만, 이럴 때에 생각합니다 : ‘저 사람만 없으면 잘 할 수 있을 텐데......’, ‘저렇게 내 성질을 긁지 않으면 나도 착한 사람인데......’, ‘내가 이것만 갖추고 있으면 죄 안 짓고 잘 살 수 있을 텐데......’ 등의 식으로 말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도 이런 바램들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으니, 바로 유대인들입니다. 그들은 약속된 메시아가 오시면 세상에는 평화가 오고, 자기들은 하느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나라에서 한자리 차지하며 하느님을 섬긴 대가를 받게 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메시아가 도통 오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가 무엇인지를 잘 가르쳐주는 예수님께 하느님 나라가 언제 오느냐고 물어봅니다.

  이에 예수님은 의사가 환자의 증세를 보고 병을 알아내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를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찾을 수는 없다고 대답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눈에 보이는 현실적 변화, 혁명이 아니라 사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변화 속에 있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이 그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바로 ‘그 사람’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바꾸어놓는 것이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돈없어서 억울하고 배아픈 일을 지켜보아야 하는 이 현실을 벗어나보겠다는 우격다짐만으로는 하느님나라를 찾을 수 없습니다. 좋은 이웃, 좋은 조건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겠다는 바램만 가지고서는 하느님 나라를 이룩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만족'을 하느님 나라보다 우선시한다면, 하느님 나라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돈이 없어 약자로 살아야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을 내 자식들은 겪지 않도록 정의로운 세상만들기에 나부터 참여하는 것, 이를 위해서 때로는 약자로서 겪는 어려움에 맞서거나 그것을 감수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를 알아보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조건을 따지기 전에 내 마음가짐부터 바꾸고 적극적으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이 하느님나라 주인입니다.

 

  이런 것들은 지켜내기가 참 힘듭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을 죄에서 해방시키신 예수님이 굳이 왜 십자가의 길, 고난의 길을 가셨겠습니까? 그 길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고난을 겪고 감수하면서까지 간절히 바라고 사랑으로 감싸주지 않고서는 모든 사람이 변화되어 하느님처럼 완전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찾고 싶다면, 우리 자신부터 바뀌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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