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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두려움’에 관하여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두려움’이란 ‘안정되지 않은 느낌으로 인해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는데요, 우리는 삶 속에서 다양한 부류의 두려움을 느끼고 마주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어떤 두려움은 진정으로 두려워할 것이 아닌 경우도 있으며, 때로는 그런 두려움에 맞서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먼저, 여러 종류의 두려움의 대상이 있다면, 더 두려운 것이 있음으로 인해 회피하지 않게 될 두려움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꺼리던 음식도 기꺼이 먹게 된다던가, 사랑하거나 아끼는 이의 마음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꺼려하던 일도 더 이상 꺼리지 않게 되는 경우처럼 말입니다.

 

  한편으로는 ‘두려움을 가장(假裝)’한 것들이 있습니다. 불편한 것, 귀찮은 것, 신경을 거스르는 것을 두려움과 혼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슴속에 새겨진 상처의 흔적이 있기는 한데, 정작 상처보다는 그로 인한 미움 때문에 ‘상대방을 회피하고픈 자신의 마음을 정당화’하게 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두려움 자체보다는 자신의 감정이 선택의 핵심요인일 것인데, 겉으로는 상처나 그로 인한 두려움을 이유로 삼습니다.

 

  이런 경우들과는 반대로,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도 있습니다. 후환(後患)이나 후유증(後遺症)을 걱정하면 못 할 일이다 싶은데 만용(蠻勇)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 않습니까? 뒷일을 생각하면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과감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경우들을 통해, 우리는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으로 살아야 함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특히 신앙인이 믿지 않는 이들과 차별되는 것, 그들과는 다르게 두려워할 줄 아는 첫째 문제는 ‘구원받지 못할까 봐’ 혹은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실망시켜드릴까봐’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르코 복음에서 오늘 복음의 이야기 앞에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다양한 기적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런 기적들을 통해 예수님께서 누구이시며 어떤 능력을 지니셨는지를 이미 체험한 제자들은 그런 예수님과 함께 있음에도 불구하고 풍랑으로 인한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에 예수님의 존재를 망각합니다. 풍랑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만, 예수님께 대한 믿음이 있다면 반응이 달라질 법도 한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제자들은 복음의 마지막에 나오듯 풍랑을 잠잠하게 하신 예수님을 두려워합니다. 감사함이나 신뢰가 아닌 두려움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에 오른편에 매달린 강도가 ‘네가 오늘 나와 함께 낙원에 들 것이다’하는 약속을 얻었음을 우리는 압니다. 진정으로 하느님께로부터 용서받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본연의 마음이 있었기에, 예수님 오른편의 강도는 예수님께 자신의 생애의 마지막을 의탁했습니다. 이처럼 하느님께로부터 저버림을 받을 것, 구원받지 못할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다른 두려움보다 앞설 때에 우리는 오히려 현세의 여러 두려움을 냉정하고 슬기롭게 극복할 줄 아는 하느님의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 그들이 바로 우리 신앙인들임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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