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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부가 된 후 첫 본당에서 지낸지 둘째 해 사순시기가 시작될 무렵에 본당 청년 한 명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청소년기에 잠시 신앙생활을 멀리하다가 점차 본당 청년들의 모임에 소속감을 가지면서 동고동락하던 친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급작스런 죽음 앞에서 본당의 청년들이 함께 모여 기도도 바치고,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하던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많은 얘기도 주고 받는 것을 본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얘기 가운데 가장 많은 내용은 함께 있을 때에 무언가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쉽고 미안하다는 부류였습니다. 다른 여느 상황에서도 그러할 수 있듯, 함께 있을 때에는 몰랐지만 ‘그 작은 것 하나라도 더 충실하게 잘 대해줄 것을....’ 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는 때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오늘 복음말씀은 한 부자와 라자로라는 거지의 이야기입니다. 부자는 자신이 누리는 풍요로운 생활과 많은 재산,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축복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누리는 수많은 것 중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당연함의 근거는 자기 자신입니다. 그래서인지 남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고, 거지 라자로를 홀대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을 더 이상 간직하지 못하고 하느님께 되돌려드려야 할 때에, 비로소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칩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잘 다스리지 못했던 자신의 생명, 자신의 삶을 후회합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의식하지 못한 채 누리고 있는 소중함, 축복이 많습니다.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학업, 사업, 교우관계 등이 남들보다 못하다고 해서 불만족스럽게 생각했다거나, 혹은 내 기호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 귀찮다는 이유 등으로 시덥잖게 여기고 그냥 지나치는 순간을 돌이켜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소홀히 여겼지만 지나고 보면 참 소중한 순간이 많습니다.

  그 모든 것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리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해주신 축복입니다. 내 주위의 사람이 지금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여길지라도, 그런 이웃들과 친구들 덕택에 내 삶은 활력이 있기도 하고 분주한 움직임으로 '나’를 완성시키고 변화시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다시한번 생각하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삶이 끝난다면 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고마는 덧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맙시다.

  오늘은 트롯가수 오승근씨의 이 노래를 추천합니다 : “있을 때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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