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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을 조상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쳤습니다. ‘믿음의 조상’으로 불리는 아브라함을 자기 조상으로 모신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아브라함을 ‘성조(聖祖) 아브라함’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이 듣기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는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은 내 날을 보리라는 희망에 차 있었고 과연 그날을 보고 기뻐하였다”고 말입니다. 유대인들이 보기에 쉰 살도 못된 저 예수라는 청년이 1,700년 전에 살았던 아브라함보다 먼저 있었다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유다인들은 예수님더러 마귀가 들렸다고 말합니다.

 

  우리 가운데 누가 이 유대인들과 같은 처지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 유대인들과 같은 반응을 보였을지 모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느님이시라는 사실을 모를 때에만 그러합니다. 유대인들은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은 이스라엘 왕국을 강력한 나라로 만들어 준 다윗왕처럼 힘이 세고 찬란한 영광 중에 나타날 인물임에 틀림없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모습의 하느님이십니다. 당신을 비난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앞에서도 꿋꿋이 당신의 의견을 펼치시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시며, 그들의 마음을 돌리시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십니다. 수천수만의 천사들을 거느리고 위엄 있는 모습으로 오시리라 기대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예수님께서는 겸손하고 사랑과 용서와 자비가 넘치는 왕으로 이 세상에 오셨기 때문입니다.

  유대인들의 생각처럼 우리도 하느님을 우리가 선행과 악행을 하는대로 그 무게를 저울에 달아서 상과 벌을 주시는 분 정도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자리, 하느님의 능력이 개입할 자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느님이 자비하신 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쳐도 의지할 수 있는 분이 되어주시고, 예수님의 말씀은 그 자비에 힘입어서 오늘을 기쁘게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우리들을 위해 몸소 사람이 되어 이 세상에 오시고, 병든 자들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시고, 눈과 귀가 닫힌 사람들을 어루만져 주시며, 몸소 허리를 굽히시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기에, 우리는 그 사랑이 이 세상 안에서 영원히 머물러 있다는 것을 믿으며 예수님처럼 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랑하고자 노력하며 사는 삶만이 우리를 영원히 살게 하고 영원한 생명의 시작이 예수님에게 있음을 고백하며, 오늘도 힘내어 열심히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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