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聖週間)의 시작인 오늘, 예수님께서는 파스카의 신비로운 사건으로 인류구원을 완성하실 장소인 예루살렘에 올라가십니다. 그래서 오늘 전례의 시작 때에 우리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사건을 기념합니다. 이 기념식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두고 열렬히 환호합니다 : 예수님께서 나아가실 때에 그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다 …… 큰 소리로 하느님을 찬미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다.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임금님은 복되시어라.’ 하늘에 평화, 지극히 높은 곳에 영광!”(루카 19,36-38)
오늘 전례에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사건을 기념하며 우리는 성지(聖枝)를 축복하고, 이를 십자가에 걸어둡니다. 예수님을 환영하던 유다인들이 자신들의 겉옷을 길에 깔았고, 미처 그럴 만한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은 종려나무나 올리브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길 앞에 깔아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성지(聖枝)라는 나뭇가지는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으며 그분이 이루실 일에 환호하는 이들의 열성과 믿음을 대변합니다.
그러나 오늘 수난복음에서 보듯, 이렇게 예수님께 열광하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라고 외치는 변절자(變節者)로 돌변합니다. 이로써 그들이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순간에 깔아두었던 나뭇가지는 예수님에게서 자신의 바램을 성취하고픈 여러 인간의 욕심의 상징으로 전락합니다. 또한 자신의 처지나 이해타산, 변심에 의해 쉽게 저버려지고 마는 ‘나약한 믿음’, ‘부족한 사랑’의 상징이 됩니다.
우리가 성지(聖枝)를 한 해 내내 십자가에 걸어두는 것은 십자가와 그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신 예수님을 바라볼 때마다 우리의 믿음을 되새기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오늘 축복하여 얼마간 후에 나누어 드릴 성지(聖枝)를 십자가에 걸어두거나 그 아래에 깔아두고서 바라본다면, 내가 모시는 십자고상 곁의 성지(聖枝)는 과연 ‘내 굳건한 믿음과 사랑의 상징’이 될까요, 아니면 쉽게 변해 버리고 저버려지는 나의 믿음 혹은 나의 변절과 변심의 상징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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