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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교회에서 혼인성사(관면혼인)를 위해 면담을 하다보면 주례(면담)사제가 혼인당사자에게 묻는 질문 가운데 다음의 내용이 있습니다 : “가톨릭 교회는 이혼을 허락하지 않으며, 따라서 배우자가 살아 있는 동안 절대로 재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교회법 제1056조; 제1085조)

  의외로 이 내용을 잘 모르시는 교우들이 제법 계시더라구요. 여러분은 알고 계셨겠죠? 요즘같이 이혼이 흔한 세상에는 좀 구시대적이라고까지 느껴질 만한 이 제도에 대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왜 이런 규정이 여전히 존재할까요?

 

  연애할 때나, 청혼할 때, 그나마 신혼 시절까지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던 남녀가 현실적 이유와 삶의 고단함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거나 배우자를 고려하지 않기 시작할 때에 소위 ‘이혼의 위기’는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리로 살든, 정으로 살든, 어쨌거나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공동체’로서 부부가 서로를 의식하여야 하는데, 이런 노력이 소홀해지고 또 그 소홀함이 누적되면서 결국 파경(破鏡)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어찌보면 그 모습은 비록 달라진다 하더라도 연애하던 때, 청혼할 때, 신혼 시절만큼의 절실함으로 배우자의 마음을 얻고자 계속 노력하면서 산다면 ‘이혼에 이를 확률’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므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교회법의 규정은 ‘이혼에 이르지 않도록 부부간의 관계에 충실한 모습으로 살아야 함’이 혼인의 질서를 세우신 하느님의 섭리에 부합하는 것임을 가르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위의 규정과 흡사한 화법(話法)이 등장합니다 : “……너를 죄짓게 하거든 ……”

좀 잔인하고 구시대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이 극단적인 화법은 죄악에 빠진 이가 겪을 고통이 얼마나 극심한지를 생각하고 “제발 죄짓지 말아라”고 간곡하게 부탁하는 뜻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결심하고도 다시 같은 죄에 빠지는 나약한 우리들을 매정하게 재단(裁斷)하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곡히 이르는 부탁이며, 그만큼 죄에 빠지지 않도록 기를 쓰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강조하여 이르시는 말씀입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초심(初心)’ 이야기를 가끔 하지 않습니까? 이 초심을 그저 순박한 꿈으로만 해석하지는 않습니다.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막연히 가지는 생각일지언정,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결심을 지키거나 목표를 이루겠다는 단호하고 적극적인 마음과 목표의식’이 담겨있기에 그 마음을 잃지 말자고 얘기하지 않겠습니까?

  물로 씻음받음으로써 모든 죄를 용서받고 깨끗해진 우리가 세례때에 서약한 그 ‘초심’을 잃지 않고, 죄악을 멀리하고자 좀 더 단호하고 굳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간곡히 이르시는 예수님의 마음을 우리의 마음 속에 좀 더 생생하게 간직하고서 오늘을 살아보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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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체류허가 연장이 되지 않아, 오늘부로 일단 한국으로 잠시 건너갑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지쳐가고 힘들어할 이때에 곁에 있지 못하고 떨어져 있게 되어 속상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다른 곳으로 나갈 수 없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곳을 지키는 누군가가 있어야 다른 이들이 돌아올 수 있음이 교우 여러분이 이곳에서 더운 여름을 나는 더 큰 이유가 되기를 바라며 기도하겠습니다.

아울러 한국으로의 일시귀국 이후 2주간의 자가격리와 거처선정 문제 및 거처 환경 등으로 인해 혹시라도 강론을 지금처럼 매일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가끔 있을 듯 합니다. 가급적 꾸준히 강론을 준비하고 올리겠으나, 행여나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 ?
    아가다 2020.06.12 07:26
    아멘! 감사합니다~
    신부님 잘 다녀오세요^^ 이곳은 충실한 수녀님과 교우분들이 계시니 조금은 가볍게 충전하고 오십시오. 저희들을 위해 기억해 주시고 저희 또한 신부님을 기억하며 매일 두 손 모으겠습니다. 매일 강론말씀으로 한뼘한뼘 자라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시고 기쁜 회경 되시길 바랄게요. 꽃길만 걸으세요~~^^
  • ?
    Abel 2020.06.12 07:41
    이멘..
    비온뒤에 땅이 더 굳듯이.... 간절한 마음들이 손 모아 기도 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 ?
    보름달 2020.06.12 08:54
    건강하신 모습으로 빠른 시일내에 북경으로 돌아오실 수 있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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