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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공산주의를 이상적인 국가이념으로 내세웠던 철학자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는 "종교는 억압받는 사람들의 탄식이며, 잔악한 세상의 정서이고, 영혼 없는 상태의 영혼이며, 결국 민중의 아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종교가 결국 이야기하는 것은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현실을 살아가는 가운데, 눈앞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고통’ 안에서도 멀리 있는 희망을 함께 보도록 사람들을 인도하며, 그 희망 때문에 지금 눈앞에 있는 고통을 참고 견디는 힘과 위안을 얻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은 '행복과 불행에 관한 선언'이라고 불리는 내용입니다. 지금의 가난함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나라를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즉 지금의 가난이 하느님 나라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견지하는 삶의 자세라면, 그 가난 자체로도 고통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 말씀이 옳다면 가난함을 선택하거나 받아들이는 목적대로 '하느님 나라를 차지한다'는 결말이 보장되어야 하겠지요.

 그리스도교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에 근거를 두는 희망은 현실과 괴리된 희망이 아닙니다. 먼 미래에 이루어질 것이라는 말처럼 확인해 볼 수 없는 점쟁이의 예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신 그 희망은 '이루어져가고 있는 희망'입니다. 눈앞에 없다가도 나타나고, 있다가도 없어지기에 그리운 행복입니다. 그래서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하느님 나라를 이미 엿보았다'거나 '하느님 나라에서 살고 있는 듯한 체험을 했다'고도 말합니다.

 

  이 행복을 얻기 위해 더 풍요롭기를 때로는 포기하고, 모난 모습보다는 둥글고 온유한 모습을 택하는 것입니다. 구원의 희망이나 삶 속에서 체험하는 사랑의 기쁨 등은 관계 속에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이 함께 얻어누리는 열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일신만의 평안함이 아니라 더불어 풍요롭거나 기뻐할 수 있도록 해야 그 행복을 지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배우고, 이를 통해 '영원한 행복'이 가능해짐을 점차 알아갈 수 있습니다. 

 

   때로 가난하기를, 좀 더 온유하기를, 고난을 참고 견디기를 영원히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서나 충만한 사랑을 지금 실현하기 위하여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예수님께서 노래하신 희망을 품고 살며, 그렇게 바라는 하느님나라를 향한 여정을 착실히 걸어가고 있기에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 행복에 관한 선언의 말씀을 통해, 우리 각자는 하느님 나라를 얼마나 희망하고 그리워하는지를 잘 성찰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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