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일 연중 제7주일(루카 6,27-38)

  자비(慈悲)는 사랑하기 때문에 너그러운 것을 말합니다. 연중 제7주일인 오늘의 복음말씀은 ‘원수를 사랑’하고 ‘심판하거나 단죄하지 말 것’이며, ‘용서’와 ‘베풂’을 실천할 것 등을 강조하면서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

  그러면서 자비를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그 기준에 대해서는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루카 6,31)는 말씀으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자비, 관용, 용서 등을 실천하려고 우리들은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오늘 복음에서의 말씀을 지키기가 어렵다고도 느낍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모든 경우가 다 해당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나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경우에만 자비롭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익’이 선행의 결과로 되돌려받고자 하는 욕심만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조건없이 자비롭게 대하지 못하는 나름의 이유들로 인해 때로는 자비롭지 못함을 말합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지만 심지어 ‘스스로가 정한 원칙이나 결심이기 때문에’ 혹은 ‘자존심을 지키고자 너그러운 척하는 것’이라는 것도 결국 자신을 위한 이유가 자비심의 근거가 된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에 자신을 모함하고 누명을 씌워 죽이려 하며 심지어 조롱하고 있던 사람들을 두고도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지금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시며 하느님의 나라는 그 적대자들에게까지도 열려있는 것임을 보여주십니다. 조건없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충만한 하느님의 나라를 가르치셨던 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하느님의 사랑을 닮은 방식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하십니다.

  비교적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부모나 가족 혹은 아끼는 사람을 돕는답시고 팔을 걷어부치고 나설 때에 손익계산을 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가 누군가에게 자비롭지 못 할 때에는 자비심을 보이지 말아야 할 이유들부터 찾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서로에게 너그럽고 자비로워야 할 이유로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내 마음 안에 쌓아놓은 자비롭지 못할 이유들의 장벽을 스스로 허물고 낮추고자 하는 노력을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의지하는 우리의 신앙을 증거할 수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