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3일 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마르 9,38-4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을 두고 제자들과 다른 견해를 보이십니다. 제자들은 기적을 행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다니는 사람들, 즉 우리 친구들 내지는 우리 편이 아니기 때문에 예수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마치 요즘 같으면 예수님이라는 고유한 상표나 특허를 낸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이 당신과 함께 다니는 사람들, 당신의 제자가 아니라고 해서 그들이 하는 일을 막지 않으십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적을 일으키게 하는 이름이 예수님의 이름이고, 그들이 예수님께 믿음을 두지 않고서는 그러한 기적을 행할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일을 결과만 놓고 바라보아서는 안되지만, 특별히 기적이나 놀라운 일을 행할 때에는 그 놀라운 일로 인해 일어나는 열매를 보고서 그것이 참된 기적, 즉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은총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야 한다는 것을 예수님께서는 가르쳐주십니다.

  바로 이 사실을 오늘 독서 말씀이 잘 가르쳐줍니다. 사람에게 베푸시는 하느님의 은총, 혹은 하느님의 현존과 섭리를 뜻하는 ‘지혜’라는 선물은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킵니다. 삶을 사랑하게 됩니다.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험난한 길로 가게 되지만, 그 길을 잘 지나가서 안전하고 평탄한 길에 도달하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열매들이 하느님을 믿는 자들이 기적을 통해서 보여주는 변화, 열매인 것입니다.

  예수님은 편을 가르고 나의 것과 너의 것을 구분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품고 있는 마음과 하느님께 두는 신뢰를 더욱 중요시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좋은 열매를 맺게 해준다는 것을 기억하고, 그 열매를 보고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쳐주십니다.

  그러므로 만약 기적이나 놀라운 일 혹은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된다면, 그것이 하느님의 뜻인지 아닌지는 항상 그 기적으로 인해 생겨나는 열매를 보고 판단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는 결과주의적인 생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은 사람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데에 필요한 열매를 맺기 위해 주어지는 것임을 잊지 말자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누군가의 행위 자체만을 놓고 보지 말고, 그 열매를 통해서 숨은 진실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신앙인들이 되도록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청할 줄 알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