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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떤 사람이 말을 하면 즐겨 쓰는 표현이 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의 나열로는 말을 이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자주 생각하고, 익숙하게 경험하고, 기억이 선명한 표현으로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이죠. 그러므로 근래에 내가 무엇을 보고, 듣고, 생각하는지가 말을 통해서 드러납니다. 심지어 화제(話題)의 선택에 있어서도 그러하죠.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오늘 복음 가운데 들려오는 이 말씀을 주목하게 됩니다 : 선한 사람은 마음의 선한 곳간에서 선한 것을 내놓고, 악한 자는 악한 곳간에서 악한 것을 내놓는다. 마음에서 넘치는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루카 6,45)

  아울러 제1독서의 집회서 말씀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채로 치면 찌꺼기가 남듯이 사람의 허물은 그의 말에서 드러난다……사람의 말은 마음속 생각을 드러낸다.”(집회 27,4.6)

 

  오늘 들은 이 말씀들은 단지 입조심, 입단속을 잘 하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닦아야 한다’는 사실을 말해 줍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종종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이 충돌하기도 하고, 너그러움과 옹졸함이 씨름하며, 이기심과 박애(博愛)의 정신이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지른 크고 작은 말실수에 후회하기도 하면서 정작 많은 경우에 우리들은 입단속을 하는 것에만 골몰하는 때가 있습니다. 사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의 근본원인인 마음속의 생각을 다스리는 데에 집중해야 할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신앙인에게 있어서 ‘말’(word)라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복음을 전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만, 무엇보다도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Word)을 듣고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말이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모르는 사람이 말씀을 듣고 따르며 살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한복음에서는 예수님을 ‘태초부터 계셨던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부릅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구세주로 오셔서 하셨던 가장 일상적인 행위 역시 사람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말은 그 사람의 ‘마음에서 넘치는 것’(루카 6,45)이라면서요? 예수님께서는 여러 기적과 같은 행위에서나 결정적인 십자가상의 희생을 통해 그 말씀 속에 담긴 속내를 진실되이 확인시켜 주셨습니다.

 

  우리가 입단속을 하는 표면적인 노력도 중요합니다만, 말로 드러나게 될 마음속 생각을 다스리고 변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자신이 읽은 어떤 책의 글귀나 영상물의 장면과 대사, 예술작품 등을 통해서 마음속 생각을 표현하기도 하지 않습니까? 그럴 때에 기도문이나 성경의 어떤 부분, 이에 대한 누군가의 해석이나 교회의 가르침 등이 우리가 자연스레 입에 담는 말의 내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함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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