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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너희는 누가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제가 드릴 공양은 코르반, 곧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하고 말하면 된다고 한다.”(마르 7,11)

  이 말이 나쁜 것은 단순히 부모님께 드릴 것은 드리지 않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 성경을 인용하여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마르 7,6-7) 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느님께 드리는 제물이든 부모님께 드리는 공양이든 모든 것을 자신의 재물의 용처(用處)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사람은 재물에 관심이 있을 뿐, 하느님을 사랑하거나 부모님께 효도하는 데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하느님의 법을 지키는 그 의미와 정신보다 형식 곧 껍데기에 마음이 닿아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우리도 하느님의 법을 지켜낼 때에 이렇게 형식이나 다른 실속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여전히 같은 꾸중을 들을 것입니다. 내용보다도 형식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조하며 거기에 얽매이다 보면 우리의 예배는 헛되고 헛된 행위가 되고 맙니다.

 

  교우들께서 많이 망설이다가 어렵게 질문을 던지시는 가운데 때로는 이런 내용도 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은 하느님의 법의 정확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여겨서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자 질문을 건네십니다. 그럼에도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마뜩찮음을 피력하거나 정당화할 근거를 얻고 싶은 마음으로 질문하시는 분도 간혹 계십니다. 대송을 했는데 고해성사를 해야 하는가, 고해성사를 받은지 얼마나 지나면 판공성사를 해야 하는가 하는 등의 질문 속에 이렇듯 다른 두 가지 마음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행하는 것의 의미와 내용을 알고 거기에 얼마나 충실하였는가입니다. 주님께서 주신 계명에 얼마나 사랑으로 응답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입니다. 법은 함부로 무시하여서도 안 되고 내 입맛에 맞게 합리화시켜서도 안 되느니만큼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전통과 관습을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여러분이 이런 뜻과 지향을 견지(堅持)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겠고요.

  혹시라도 계명의 뜻이나 기준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거나 지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 스스럼없이 말씀해주십시오. 하느님의 법을 기꺼운 마음으로 지키며 그 뜻을 잘 깨달을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하고 도와드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뜻대로 그분을 사랑하는 데에 서로 도움을 주기 위해서 하나의 공동체로 만난 것임을 잊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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