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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주님의 봉헌 축일로서 예수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사건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스라엘의 율법에 따르면 짐승의 피나 다른 사람의 피를 몸에 묻힌 경우, 월경으로 인해서 피를 흘리는 경우 등은 깨끗하지 못하다고 가르쳤습니다. 그러니까 산모도 깨끗하지 못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를 낳은 어머니는 피를 흘렸기 때문에 더럽혀진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결예식을 치러야 했습니다. 또한 모든 첫 번째 수확, 짐승의 첫 새끼와 사람의 맏아들도 하느님의 차지가 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요셉과 마리아는 주님의 법을 따라서 아기 예수를 성전에 데리고 갑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특별히 성모님께서 주님의 법을 충실히 지켰다는 사실에 주목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피를 흘렸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아기는 원죄에 물들어서 태어나기 때문에 그 죄로부터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어서 주님께 봉헌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원죄에 물듦이 없이 태어나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죄없이 태어나심으로 말미암아, 그 어머니인 마리아도 원죄에 물듦이 없었고, 깨끗하지 못한 상태라기보다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깨끗한 몸과 마음을 지니고 계셨던 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실 성모님은 그런 정결예식을 치를 필요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주님의 법에 따라 정해진 규정을 성모님께서는 충실하게 지키십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어떻고 이유가 어떻든, 주님의 뜻을 충실하게 따르는 그 성모님의 마음이야말로 사심없이 가난한 마음이요, 죄에 물듦이 없이 깨끗한 마음이며, 하느님의 뜻을 철저히 따르고 순명하는 마음입니다.

 

  이러한 성모님의 마음을 본받아 청빈과 정결과 순명의 덕을 일평생 실천하며 살겠다고 서원하는 사람들이 바로 수도자들입니다. 그래서 오늘 수많은 수도자들이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며,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께서 보여주신 모범처럼 살겠다고 하느님께 서약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수도자들만의 몫이 아닙니다. 성모님의 모범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과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려는 의지를 키워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드려야 합니다. 그러한 다짐과 약속을 통해,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서 즐겨받으실 깨끗한 제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오늘 특별히 한해동안 사용할 초를 축복합니다. 이 초가 심지와 자신의 몸을 태우며 빛을 내어 많은 이들을 어둠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처럼, 우리가 이 초를 밝히면서 기도할 때마다, 우리를 통해서 세상에 하느님의 뜻이 밝히 드러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주님의 도구로 봉헌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매순간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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