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5일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마르 6,14-29)

  죄를 지은 사람에게서 볼 수 있는 반응 중에 두드러지는 것이 ‘비겁함’입니다. 예를 들어,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과의 약속을 어겨 죄를 지었을 때 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봅니다(창세기 3장 참조). 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가 처음으로 한 행동은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겨 숨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핑계를 대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때부터 사람은 스스로 지은 죄로 인해 자기 자신을 불행 속에 빠트리는 실수를 범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죄로 인해 불행하고도 불안한 삶을 사는 한 사람을 봅니다. 헤로데 임금입니다. 그는 자신의 말을 주워담지 못하고,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다는 어찌보면 하찮은 이유로 한 사람의 목숨을 거두어가게 됩니다. 그것도 스스로 의인이며 훌륭한 위인이라 여기는 사람을 말입니다.

  만약 헤로데가 약속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했다고 하지만 소녀의 청을 거절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니면 요한의 목을 베도록 허락한 후에라도 뉘우치고 정성껏 장례를 치러주었다면 어땠을까요?

  헤로데는 임금이며 권력가였습니다. 성경의 시각에서 볼 때 헤로데는 더 의로운 사람, 더 칭송받는 사람, 현명한 임금이 될 수 있음에도 그렇지 못했는데, 결국 그 이유는 바로 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죄는 사람을 나약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죄에서 벗어날 기회를 그냥 관망하며 지나쳐버림으로써 나약한 사람인 채로 남아있지 않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스스로의 잘못을 알면서도 자존심을 구기기 싫다거나 번거롭고 수치스럽다는 등의 이유로 죄에서 벗어나 깨끗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게을리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남지 말아야 합니다. 죄로 인하여 비겁하고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헤로데의 모습을 보고서도 알 수 있듯, 진리는 감추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죄를 이겨내어 구원되도록 하시려고 하느님께서 명령하시는 모든 것은 참된 진리임을 우리가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