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티베리아 호숫가에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십니다. 제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고기를 잡고 있는 중입니다. 제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을 모두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런데 모든 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의지했던 예수님이 이제는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셨기 때문에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자들은 다시 예전의 생업으로 돌아가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것을 팔아서 생계를 꾸려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에집트에서 얼씨구하면서 빠져나온 뒤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배고픔과 목마름에 못이겨서 하느님을 도리어 원망했던 것과 같은 마음으로 예수님을 원망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제자들에게 한줄기 빛이 찾아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오시어 그물을 배 오른편에 던져 보라 하시니, 끌어올릴 수없을 만큼의 고기가 걸려든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육지에 올라와서 숯불에 생선을 구워 제자들에게 빵과 생선도 집어 주십니다. 다만 예수님은 어떻게 해서 그곳에서 그렇게 많은 고기가 잡혔는지 알려주시지 않습니다. 사람이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필요한 것을 주실 뿐입니다.
이로써 제자들은 자기네들이 믿고 의지했던 예수님의 참된 정체성, 그분이야말로 하느님의 크신 능력을 드러내보이시는 구세주이심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잃었던 희망을 되찾게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그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과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 그들이 잃어버린 가장 큰 것은 바로 제자로서 섬길 스승이 사라지고 없기에, 쳐다볼 데가 없고 의지할 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절망감을 완전히 벗어버릴 수 있게 됩니다. 자기들이 따라다니고 섬겼던 주님은 지금 부활하신 바로 그분과 같은 분임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들의 곁을 떠나신 뒤에 입에 풀칠할 걱정부터 했을지도 모르지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새로운 일, 죄악에 빠져있는 사람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사람낚는 어부’의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사실은 제자들의 삶을 의미있게 하고, 지금까지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제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 희망을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주십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느님께 간청을 드릴 때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방법으로도 필요한 것을 주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계유지를 위한 것처럼 세상의 일을 하든,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처럼 하느님의 일을 하든간에, 우리는 간절히 청하고 기다리며, 하느님께서 주시는 열매를 잘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결과는 어떤 것이든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영생을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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