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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예수님이 활동하시던 시대에 지중해 지역의 패권자였던 로마제국에는 원래 황제가 없었습니다. 여러 원로들이 모여서 정치를 하는 국가였습니다. 오죽하면 민주정의 중심인 의회(議會)의 기원이 로마의 '원로원'(세나투스, Senatus)일까요? 그래서 로마의 시민들은 황제라는 절대권력자가 존재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로마의 지중해를 중심으로 하는 엄청난 지역의 패권자가 되었을 때, 율리우스 카이사르(줄리어스 시저, Julius Caesar)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계획을 착실하게 진행시켜서 황제가 다스리는 로마제국을 만들어냅니다. 이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쟁기’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 “사람은 자기가 보고싶어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

  카이사르는 이렇게 자기가 보고싶어하는 것만 볼 줄 아는 사람들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고 권력투쟁을 해서 다른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결과 곧 '황제가 다스리는' 새로운 개념의 국가를 만들었고, 그 결과로 로마제국의 찬란한 문화는 오늘날까지도 모든 유럽국가의 언어와 문화의 모태가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고 바라고 원하는 것만을 보고 싶어 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내가 원하는 의도대로 무엇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쉽게 실망하거나 다른 이들을 원망하고 탓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현명한 이들은 소위 ‘비전’(Vision)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져있는 또다른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기 싫어도 똑바로 쳐다보며 기억해두고, 하기 싫어도 꼭 필요하다면 기꺼이 행할 줄 압니다. 이런 모습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그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준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특별히 “당신이 메시아라면 분명히 말해 주시오”(요한 10,24)라는 유다인들의 말을 듣고 생각해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이것을 이미 보여주셨습니다. 직접 말로는 ‘내가 그리스도다’라고 하시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하신 일들을 보아 하느님의 능력을 몽땅 보여주셨습니다. 그럼에도 유다인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직접 듣고자 합니다. 누군가가 자기 귀에다 대고 정답을 알려주기만을 바랍니다. 자기네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그것을 알아듣지 못하는 자신의 잘못을 탓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이들, 자기들이 원하는 대답을 속시원하게 주지 않는 예수님을 원망하고 그분을 질투하고 탓합니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사고, 좁고 편협한 사고, 남이 내 뜻대로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생각이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아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우리도 행여나 유다인들처럼 우리가 보고싶어하는 것, 듣고 싶어하는 말만 들으며 살기를 바라고, 그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상대방을 원망하거나 무참히 저버리고 있지는 않습니까? 아니면 다른 이들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자 이웃에게 더욱더 관심을 쏟음으로써 그 이웃과 함께 구원되는 현명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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