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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작년에는 할 수 없었지만 올해 들어서 다시 시작한 것들 가운데 하나가 예비신자들과 교리공부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감사하게도 우리 공동체가 11분의 새 형제자매를 선물로 받기도 했습니다. 저도 사제품을 받고부터 어느 정도 교리를 가르치는 경험이 쌓였으니, 교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번 새 교리반을 시작할 때마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숙제, 지속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교리를 어떻게 가르치고 이야기해주어야 하느님에 대해서 좀더 쉽게 알아듣고 믿을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말로써 다 형용하고 이해시키기 어려운 하느님의 신비를 받아들이고 믿는 것이 교리교육의 목적이라면, 예비신자들에게 전달하는 내용에 대하여 저 스스로가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가 그리고 그 확신을 전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에 비하면 교리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 문제는 둘째 문제입니다. ‘믿는다’는 것이 단순한 지식전달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기에, 사람들이 하느님이 계시고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그분을 믿고 그분의 뜻을 따르면 약속된대로 구원을 얻을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을 얻도록 도와주는 것이 교리수업의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제 스스로가 구원에 대한 확신, 하느님께서 계시고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기에, 때로는 말 한마디, 억양 하나에 신경이 쓰이기도 합니다.

 

  석 달여 전에 시작한 교리반에서 최근에는 ‘성경에 기록된 구원의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구원하시어 영원히 살게 하시려고 우리와 세상을 지어내셨고, 우리의 죄로 인해 죽음과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었지만, 그 처지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시고 인간역사에 직접 개입하신다는 것을 성경의 증언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제 삶 안에서 어떻게 새롭게 체험하고 있는가 하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구원하신 하느님의 권능이 지금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고, 나의 구원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때로, 알게 모르게 구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채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이루신 일, 보여주신 기적, 그 말씀과 삶으로 드러난 열매를 보고 의심을 품지 말라고 하십니다. 믿음의 시작은 의심을 품지 않는 데서 시작됩니다. ‘저 사람이 정말 그리스도일까?’ 라는 의혹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맺는 열매를 보고 그가 누구이며, 하느님의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열매를 보고 하느님의 뜻을 있는 그대로 알아보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을 돈독하게 하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지키도록 명하신 일과 계명을 준수할 때에도, 나의 사정과 주위의 반응 등에 연연하면서 눈치를 보고 주저할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찬 모습으로 그저 행하고 지키는 것이 스스로의 신앙을 지키는 행동일 것입니다. 하느님의 권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예수님은 오늘도 말씀하십니다 : ‘나에게 의심을 품지 않는 이는 행복하다.’(루카 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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