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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고등학생 시절의 제 이야기입니다. 방학 중 보충수업을 하던 때였던가요, 수업시간 중에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친구들과 다른 곳에 가서 놀았던 적이 있습니다. 전자오락실에 가서 한 시간을 놀다가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담임선생님이 그 사실을 알고 계셨습니다. 본래 수업을 하러 오셔야 될 선생님이 몸이 편찮으셔서 담임선생님께서 대신 들어오셨던 것입니다. 제가 수학도 좋아하고 수학공부도 제법 잘하는 편이었는데, 마침 담임선생님은 수학선생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은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하면 더 잘할거라고 걱정은 하셔도 때린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걱정해 주시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는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런데 친구와 쉬는 시간쯤에 교실로 들어가니까 선생님이 화가 잔뜩 나셔서 몽둥이를 들고 서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수십 대를 몽둥이로 실컷 맞고 나서 들었던 한마디가 이렇습니다 : “학교 그만둘래? 더 맞을래?”

 

  이때의 일이 기억에 남는 것은 많이 맞아서라기보다 담임선생님께 맞는다는 것이 그렇게 싫었기 때문입니다. 나를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에게 꾸중을 듣고, 못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싫었던 것입니다. 같은 꾸중을 들어도, 나를 몰라주고 그냥 꾸중하고 매질하는 선생님에게서는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아니라 매가 무섭지요. 하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준다고 여기는 선생님에게 꾸중을 들으면, 그때는 선생님이 무섭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얼마나 하느님을 두려워하십니까?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심을 알고, 그렇게 받아들이고자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당장 내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즐거움을 좇아서 하느님을 외면할 때는 없습니까? 어느 순간에라도 내 삶 안에서 하느님을 증거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없는 때는 없습니까? 그때마다 하느님께로부터 돌아올 질책이 두렵다고 생각하지 않은 채, 오늘을 살아가지는 않으십니까?

 

  당신의 목숨을 바쳐 우리가 짊어진 죄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신 하느님께서는 또한 우리의 머리카락을 세어두실 정도로 우리를 잘 아시고, 그만큼 항상 우리와 가까이 머물러계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믿는다는 것, 주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고 사는 모습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주님을 두려워함은 지혜의 시초이니 영원히 남는다’는 집회서의 말씀처럼, 항상 하느님을 의식하기에 그분께서 내 삶을 통해 드러나시도록 살고자 한순간이라도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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