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를 두고 저주하신다는 장면이 나옵니다. ‘사랑과 자비’의 예수님과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저주’(11,21)라는 단어가 한편으로는 거슬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의 막바지에 십자가의 희생을 치르게 될 예루살렘 입성 직후에 있었던 사건을 전하고 있습니다. 고난받은 메시아로서 당신의 사명을 완성해야 할 예수님께서는 ‘시장하셨다’(11,12)고 복음은 전합니다. 우리가 무언가 공허함을 느끼거나 열정과 의욕은 있되 채워지지 않는 상황에서 ‘허기(虛飢)’를 느끼는 때가 있죠? 예수님께서는 그런 열망은 지니고 계셨지만, 아직 그 열망을 드러내고 실행할 때가 오지 않은 터라 때가 이르지 않았음을, 얼마간이라도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와 시각’을 기다려야 함을 생각하신 듯 합니다. 이런 마음을 아직 제철이 아닌 연유로 열매를 맺지 않은 무화과나무에 빗대어 토로하신 것입니다.
은총의 때이든 시련의 때이든 내가 원하거나 예측하는 때와 시각이 맞지 않으면 당황하거나 어쩔 줄 몰라하며 허기 혹은 갈증을 느끼는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기도하며 청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것을 이미 받은 줄로 믿어라. 그러면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11,24)는 말씀으로써 당신의 심경을 드러내셨습니다. 이는 또한 우리가 예수님처럼 느낄 공허함이나 허탈함, 아쉬움 등에서 비롯되는 유혹에 굴하지 않고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때, 가장 필요한 때에 은총을 주실 것을 확신하고 여유롭게 기다릴 줄 아는 믿음에 대하여 가르쳐주시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며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께 믿음을 드린다는 행위가 여러분 각자의 마음속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견디며 기다릴 수 있는 믿음의 은총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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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