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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독서 말씀에서 에티오피아의 고관이었던 사람이 필립보의 인도를 받아서 세례를 받습니다. 그러나 곧 필립보가 사라져 버렸는데, 그럼에도 세례받은 이는 기뻐하며 제 갈길을 갑니다. 세례를 받았기에, 세례받을 마음이 있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희생이 세상을 구원하는 가장 무한한 힘이라고 믿기에, 이제 그분께 믿음을 고백하는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구에게 물어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아도 제 갈길을 갈 수 있습니다.

  그가 궁금히 여겼던 말씀, 곧 '그는 양처럼 도살장으로 끌려갔다. 털 깎는 사람 앞에 잠자코 서 있는 어린양처럼 자기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굴욕 속에 권리를 박탈당하였다. 그의 생명이 이 세상에서 제거되어 버렸으니 누가 그의 후손을 이야기하랴?'는 성경의 증언처럼 예수님의 마음으로 살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가 걸어간 ‘제 갈 길’은 성경에서 읽은 그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돌아가는 길이기에 기뻤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 “나는 생명의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우리가 할 일은 먹는 것입니다.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먹어봐야 좋은 줄 압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권하시고 요구하시는 것은 한 가지, “(너희는 이것을) 받아 먹어라”는 것입니다.

 

  사실 그 음식이 진짜 좋고 맛있음을 알면 그냥 나혼자 먹지 않습니다. ‘야, 그 집 음식 맛있더라. 먹어봐라. 같이 가자’ 라는 식으로 알리게 되어 있고, 그 음식이 맛있다는 것을 알리면서 스스로도 맛을 음미할 줄 알게 되면 진짜 맛있다고 자신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읽고, 예수님처럼 산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려도 내가 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나에게 돌아오는 기쁨도, 내가 사는 이곳이 좋아지고 나아진다는 보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살과 피를 모신 사람은 살과 피를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드러내어, 다른 이들에게 주어지는 또다른 예수님의 몸과 피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님의 마음을 진정으로 헤아릴 수 있고, 그 사랑을 깨닫는 것이 나에게 기쁨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음식이 맛있는 줄을 알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받아 먹어라”라고 당신의 몸을 내어주시며 하시는 예수님의 초대는 우리가 그분처럼 사랑하는 모습으로 각자의 제 갈길을 기뻐하며 걸어가라는 뜻임을 잘 헤아릴 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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