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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독서 말씀에서 아브라함은 종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아들 이사악의 배우자를 고향 땅에서 구해 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왜 하필 고향 땅에서 며느릿감을 찾고자 했을까요? 인간적으로나 당시의 풍습에 기반하여 유추해보면 근친혼의 풍습 탓일 수도 있겠고 혹은 익숙한 동일 문화권에서 사람을 찾고자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며느릿감을 찾고자 했음을 감안한다면, 자신의 가문처럼 하느님을 알고 또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가풍(家風) 속에서 자란 여인을 원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아브라함은 며느릿감을 편하고 가까운 곳에서 찾지 않았습니다. 이를 두고 한 번 생각해 봅니다 :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어야 한다는 교회의 계명 말입니다.

 

  사실 적잖은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에게 신앙을 물려주는 것이 어렵다고도 하시고, 미처 신앙교육을 시키지 못한 탓에 뒤늦게 후회하고 아쉬워합니다. 신앙은 자녀들 혹은 가족들 자신의 자유의지로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는다면 강요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특히 세례를 받은 자녀들의 경우 - 심지어 신앙생활을 멀리하고 있다 하더라도 - 그들은 이미 교회의 방식으로 혼인의 의미를 이해하고 혼인법을 지킬 의무가 있음에도, 부모님들이나 자녀들이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어떤 가정에서는 자식의 배우자감을 두고 가장 우선시하는 조건이 '가톨릭 신앙을 가지는 것'이라고 요구하기도 합니다. 다른 많은 조건들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자식과 그 배우자가 이루는 가정에 신앙을 물려주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하겠죠. 때로는 이런 부모의 생각을 혼인의 당사자인 자녀들이 이해하거나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그만큼 신앙이 중요하고 이를 물려주는 것 또한 귀하게 여기는 부모님의 믿음의 자세를 보여주는 것은 '신앙을 물려주고자 하는 신앙인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들이 하느님의 영광과 하느님의 뜻을 중요시하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에, 이런 부모님의 권유와 바램이 자녀들에게 종교 혹은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증거하는 모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 그러한 마음으로 우리의 신앙을 지켜가며 사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함을 아브라함의 모습을 통해 그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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