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연중 제4주간 금요일(마르 6,14-29)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정말로 불행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헤로데라는 사람입니다. 갈리래아의 영주였던 헤로데는 그의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자신의 아내로 만듭니다. 백성들에게 나쁜 본을 보인 헤로데에게 요한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누차 간하다가 미움을 사서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요. 자기의 생일날 손님들 앞에서 호기를 부린 헤로데는 그것을 적절히 이용한 사악한 헤로디아와 그의 딸이 꾸미는 덫에 결려 결국은 세례자 요한을 죽이게 됩니다.

  복음에서는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마르 6,26) 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자신의 체면 때문에 불의를 저지르는 것은 왕의 모습이 아니죠.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처럼 느껴져 안타깝기까지도 합니다.

  간혹 우리 자신이나 주변에서 체면 때문에 혹은 용기가 없어서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눈감고 침묵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불의에 동조하는 비겁한 행위일 때도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의한 사건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침묵하고 있습니까? 도처에서 헤로데나 헤로디아와 같은 사람들, 그들의 잔칫상에 모인 고관들 같은 사람들이 제 세상인 듯 활개치고 있지만 우리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무관심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이 시대의 세례자 요한이 있는 것이고, 우리는 그 죽음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 삶은 죽음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이들(오늘 복음에서는 '사람들'이, 마태오 복음에서는 헤로데)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마르 6,14)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요한의 예언자로서의 사명과 정신은 예수님 안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신앙 때문에 겪는 박해와 고통은 허무하게 끝나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