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이라는 것이 단순한 법규정을 뜻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율법’이라는 것은 십계명을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이고,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의 다섯권의 성서를 뜻하기도 하며, 구약성서 전체를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키도록 되어있는 법규정들을 일컬어서 ‘율법’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구약성서 그 자체라든가, 십계명 그 자체는 자세한 규칙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습니다. 크고 넓은 원칙만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 안에는 하느님의 뜻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원칙, 하느님의 말씀 속에 담긴 그분의 뜻을 매사에 적용시키기 위하여 수많은 규정들을 만들어서 지키라고 강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 자체보다는 사소한 규정, 그것도 사람이 만든 규정을 글자 그대로 지키는 것이 구원의 보증수포인양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유대인들의 신앙이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이 자기네 손으로 만들어놓고 다른 사람들에게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을 놓고 책망하시곤 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는 율법이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않고 모두 이루어질 것이라고 하십니다. 여기서 ‘율법’이라고 하는 말씀은 사람이 만든 규정이 아니라 그 원리․원칙이 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두고 하신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자기 방식대로 하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좁은 편견에 사로잡힐 수 있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선택합니다. 하느님마저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래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뜻이 무엇인지를 계명을 통해 깨닫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나라에서 큰 사람 대접을 받도록 하시고자 계명을 통해 늘 우리를 부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구원의 문이 되신 것처럼 그분의 말씀의 뜻을 헤아리고 잊지 않을 때에, 그 말씀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구원의 길로 가는 커다란 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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