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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독서말씀에서 바오로 사도와 그 일행은 복음을 전하다가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들을 적대시하는 유대인들이 군중을 몰고 와서 자신들을 돌로 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극성스럽고 광적인 적대행위를 당하면서도, 심지어 죽을 위험을 겪으면서도 바오로사도의 전도활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미쳐서 날뛰어도 시원찮을 만큼 분노가 끓어오르고, 그들에게 저주를 퍼부어도 시원찮을 것이지만, 그런 적대행위도 없이,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하던 일을 묵묵하게 계속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사명감과 기쁨을 사람들에게 피력합니다. 그러면 바오로 사도는 이 남다른 행동을 보일 수 있는 힘을 어디에서 얻었을까요?

 

  그 답이 오늘 복음말씀에 있습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를 마음속에 받아 간직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요한 14,27)

  이 말씀은 미사 때마다 ‘평화의 인사’에 앞서서 평화를 청하며 바치는 기도입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가 ‘평화’를 간직하며 살지 못할 때가 있기에 반갑게 들려오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평화, 세상이 가져다주는 평화라는 것은 그 자체로 완전하지 못합니다. 항상 평화롭게 해주지 못합니다. 주위의 환경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다시 터질지 모르는 평화, 언제 또다시 갈등을 겪고 언성을 높이게 될지 모르는 화목함.... 그것이 바로 세상의 평화입니다.

  세상의 평화 속에 안주하다 보면 우리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에 스스로 체념하게 되거나 무기력함에 빠지기도 합니다. 다른 이들을 미워하거나 저주하는 마음 때문에 혼란스러워질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두렵고 힘들어서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은 비겁한 모습까지도 내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이런 혼란함과 온갖 생각들이 마음속에 자리잡지 못하도록 합니다. 그 평화는 어떤 외적인 환경, 어려움, 위기와 박해 속에서도 잃어버리지 않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이름으로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이 그분께서 주신 영원한 생명의 약속을 기억하고 체험하는 순간이며, 이미 우리는 그분에게서 넘치는 은총을 받고 또 받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했기 때문에, 바오로 사도는 박해받는 것까지도 기쁨과 영광으로 여겼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정도는 감수해야 된다’고 하며 오히려 주위의 사람들을 격려했습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부활하리라는 희망과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 사도들이 보여준 것처럼,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정도는 감수해야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오히려 우리 마음속에 심어놓은 구원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키워가야 합니다. 그럴 때에 비로소 세상의 어떤 유혹과 시련에도 끄떡없이, 오늘을 더욱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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