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요한 21,15-19)

  저는 강론이나 강의처럼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해야할 때에, 청중 가운데 누군가에게 가벼운 질문, 혹은 정답이 없는 어떤 질문을 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대답을 잘못 할까봐 겁내지는 않습니다만, 어른들은 많이 부담스러워 하십니다. 그런 줄 알면서도 질문을 해대니, 교우들이 그다지 좋아하시지는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 질문이 아무리 간단하거나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부담스러울 수 있는 그만큼, 순간적으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그만큼 집중해서 스스로의 해답을 정리하고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때도 별로 없었을 것이기에 이런 방법이 유익한 측면도 있다 싶습니다.

  또 어떤 때에는 면담을 요청해 오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특히 신앙생활이나 자신의 믿음과 관련하여 겪는 내적 갈등이 있어 조언을 구해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때에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상대방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몇 가지 질문을 건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거나 혹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속내나 숨은 생각을 재삼 발견하거나, 잠시 놓치고 있던 점을 재발견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같은 질문, 곧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물음을 세 번이나 반복하여 던지십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 이 장면은,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수난받으실 때에 그분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세 번씩이나 주님을 사랑한다는 대답을 하게 하심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되어야 할 교회 안에서 그의 역할과 지위를 회복시켜 주신 것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 단순하고도 반복되는 질문 안에서, 베드로는 같은 대답을 하면서도 그 진심이 전해지지 않는 듯한 상황에 ‘슬퍼하며’(요한 21,17)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 슬픔은 자신이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는 울림이며 확신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이 반복적인 질문에 대답하면서 베드로는 주님께 대한 자신의 사랑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토록 사랑하는 이의 부탁은 쉽게 잊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을 텐데요. 예수님께서는 그제야 “내 어린 양들을 돌보아라”는 기존의 부탁에 더하여 “(십자가의 고난을 겪고 부활한) 나를 따라라”(21,19)고 명하십니다.

  누가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더라도 가끔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구해 보는 것이 생각이나 입장을 정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듯, 신앙인도 스스로의 신앙을 그렇게 확인해가는 질문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혹은 우리가 드리는 교회의 기도와 성경의 말씀 등에서 하느님께서 내게 물음을 건네시는 뜻으로 알아들을 수 있다면 그 또한 우리의 믿음을 더하는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