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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요즘은 TV를 통해 시청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만,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가끔 이런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웃어본 경험이 있을 텐데요, 한 가지 질문을 드리자면 ‘왜 웃게 될까요?’

  코미디언이라는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를 향해서, ‘나’에게 유쾌함을 주기 위해 준비한 것들을 보여준다고 받아들이고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일상 속에서도 상대방을 유쾌하게 해주고자 농담을 건네지만 웃음코드가 전달되지 않아 어색한 상황이 생기듯,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주기 위해 준비한 내용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면 전혀 유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이런 코미디, 개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웃을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첫째 조건은 바로 ‘웃을 수 있도록 준비된 방청객, 시청객의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만약 이러한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은 가운데 코미디언들이 준비한 연기를 보여준다면, 반응도 없을뿐더러 그들의 행위는 소위 ‘생쇼’가 되겠죠.

 

  오늘은 성소주일입니다.

  성소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말합니다. 어떤 삶을 사느냐보다도, 다양한 우리 각자의 삶의 모습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뜻을 이룸으로써 구원에 이르도록 바라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가 예외없이, 각자의 삶을 통해 구원되기를 바라시고, 이러한 뜻을 우리 삶을 통하여 이루도록 소명을 주셨음을 특별히 기억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이러한 하느님의 뜻을 예수님의 마음을 통하여 알아듣도록 이끌어줍니다. 그러한 하느님의 뜻은 마치 자신이 어디로 가야 먹을 풀이 있고 안전히 노닐 수 있는지 모르는 양들을 진심으로 아끼고 돌보는 ‘착한 목자’의 마음으로 비유됩니다. 또한 양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신들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사랑해주는 ‘착한 목자’와 그렇지 않은 다른 이들은 구별합니다. 사람에 비할 바 못되는 미물인 양도 주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에 화답할 줄 아는 나름의 준비는 갖추고 있기에 ‘착한 목자’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내 삶의 매순간이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하고자 이끄시는 때라고 얼마나 의식하고, 그 가운데 내 뜻이나 다른 어떤 영향력보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뜻을 이루려고 얼마나 노력하십니까? 정말 하느님께서 나를 구원하기를 바라신다고 믿고, 그 뜻에 화답하려고 얼마나 노력하십니까?

 

  우리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 그러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흔들리지 않으며 살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 또한 기본 조건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뜻에 화답하고자 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웃음을 준비한 사람이 웃을 수 있고, 목자의 사랑에 화답할 줄 아는 양들이 착한 목자를 알아보고, 목자와 함께 있을 때에 목자를 믿고 안심하며 풀을 뜯는 것처럼, 우리 또한 일상 속에서 하느님의 뜻에 화답하고자 하는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를 향한 누군가의 언행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 무관심하지 않은 것, 그것이 나를 향한 말과 행위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상대방을 향한 사랑입니다. 우리가 기도하거나 전례에 참여하거나, 신앙인들끼리 나누는 대화를 통해 보고 듣고 배우는 하느님의 뜻과 사랑을 외면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느님께 좋든 싫든 적극적으로 반응할 줄 알 때에, 우리는 하느님을 믿음으로 인해 더욱 기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부르심, 성소입니다.

 

 

 

추신.

오는 월요일부터 제가 타지역 출장을 잠시 다녀올 계획인지라, 이번 주간에는 강론게재를 쉬게 될 듯 합니다. 다음 주일부터 다시 강론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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