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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정월 대보름이네요. 한국식으로 부럼을 까불러 먹든가 중국식으로 汤圆을 경험해보시면서 보름달도 한 번 올려다 볼 여유를 갖는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

 

  옛말에 “짚신도 짝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정해진 짝이 있어서 결혼도 하고, 자기 짝을 잘 찾았을 때에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인가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정말 천생연분, 정해진 짝이 있다 싶기도 합니다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자기 짝이 아닌 사람을 자신의 짝으로 여기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기 짝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끝까지 자기 짝으로 여기고 살다 보면 나중에는 더없이 좋은 진짜배기 짝이 되어 있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결혼생활이든, 그밖의 어떤 이유로 해서 맺어진 관계이든 찰떡궁합이 있고 천생연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사실은 그 짚신이 짝이 아니어서 맞지 않고 힘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자기 짝이라고 여기지 않고, 짝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채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닐런지요?

 

  오늘 독서의 말씀은 우리 모든 이들이 죄 때문에 죽고, 정의 때문에 살게 된다고 일러주십니다. 내가 겪어야 하는 고통의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다 하더라도, 나도 죄를 짓는 사람이라면 사실은 고통을 겪고 감내해야 할 사람임에도, 우리들의 약하고 간사한 마음은 그것을 원하지 않기에 쉽게 우는 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의 선택이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에, 틀렸다기보다는 그만한 고통을 수반하는 선택이었기에, 마치 자기 짝이 아닌 짚신을 짝인 것처럼 여기고 선택했기에 짊어져야 하는 짐이 많은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어느 집의 아이가 공부를 잘 해서 성과를 올렸으면 하여 열심히 뒷바라지를 하는데, 열 시간을 노력해도 다른 아이가 세 시간 노력하는 것과 다른 것이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이유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만약 이 아이는 연구하는 능력은 좋지 못한 데 반해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하고 손재주가 좋은데, 책상 앞에 앉아서 서적과 씨름하도록 한 선택이 큰 이유라면, 그 선택 자체가 어려움을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일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선택의 주체인 자신의 탓은 하지 않고, 내가 한 선택에 어울리는 결과가 안나오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이 우리 가운데 누군가의 모습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처럼 내 바램대로 되지 않는다면, 무엇이 잘못되었던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비록 자기 짝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를 짝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마음처럼, 주어지는 정당한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보다 묵묵히 현실에 충실할 줄 안다면, 하느님의 정의를 찾고 죄를 피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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