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9일 연중 제3주간 금요일(마르 4,26-34)

  북경에 살다 보면 하늘이 맑고 공기가 상쾌한 날에는 괜스레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그런 날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더욱 아름답고 좋다고 느끼며 또한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지어 여행을 가거나 했을 때, 사람들은 대자연의 장엄한 광경을 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서 환희를 맛보고, 희열을 느끼며, 동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우리 신앙인들은 그 자연의 아름다움 안에서 창조주 하느님의 능력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놀라운 능력과 섭리에 감탄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의 말씀 중에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시는 ‘씨’에 관한 비유도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는가 하는 문제 이전에 이미 우리의 삶 안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망각하지 않도록 일깨워 줍니다.

  농부가 어떤 노력을 하기 이전에, 이미 흙과 햇볕과 물이 있었습니다. 농부는 그것들을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을 뿐입니다. 농부가 거름을 주어 씨가 잘 자라나게 도와줄 수는 있지만, 씨가 자라나 열매를 맺기까지는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지어져있는 자연의 섭리, 하느님께서 그렇게 만들어주시는 섭리대로 이루어질 뿐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때에, 공을 들일 때에, 혹은 무언가 간절히 바랄 때에, 그것이 내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합니다. 세상을 내맘에 맞게 바꾸지 못해 심통이 나고 애가 탈 때도 있습니다. 내 자식 하나 내 맘대로 못해서 답답하게 생각하는 부모님들도 있을 것이고, 치열한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에 그 탓을 하느님이나 다른 것에 돌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런 믿음도 없이 애만 쓴다면, 어쩌면 우리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싹도 틔우지 못하는 ‘빈 씨앗’에다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씨앗 하나를 통해서도 자연의 섭리를 만들어주신 하느님의 손길을 깨닫고,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이 만들어져야 그 안에 참된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말씀을 통해 되새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