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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말씀에서 시몬의 집에 가신 예수님이 무슨 일을 하셨는지를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밤에’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는 일을 활발하게 하십니다. ‘밤’은 어둠의 세력인 죄와 마귀들이 활개를 치는 시간을 뜻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밤에 죄를 물리치고 마귀들의 권세를 누르고, 사람들을 그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한줄기 빛으로서 드러나십니다.

  빛으로 오신 예수님을 만났을 때, 사람들은 자유와 기쁨을 만끽하며 환호합니다. 예수님과 함께 머물렀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래서 예수님을 찾습니다. 그러나 어느새 예수님은 사람들의 틈에서 벗어나 홀로 기도하고 계십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다는 제자들의 말에 예수님은 당신이 복음을 전하러 오셨으며,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당신을 애타게 찾고 바라는 사람들 속에서 머무르는 즐거움마저도 포기하실 것임을 밝히십니다.

 

  예수님이 왜 그렇게 하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하는 분인지를 명확히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1,38) 하신 말씀은 복음을 선포하는 일이야말로 예수님이 구세주로서의 정체성과 신원을 확인하는 길임을 알고 계셨다고 전해줍니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스스로의 신원을 알고 또 확인한다는 것은 제대로 살고, 올바르게 살고, 의미있게 살기 위해서 누구에게나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신부로서 살고 있고 신부로서 일하고 무엇을 한다고 하지만, ‘신부가 무엇하는 사람이고, 나는 어떤 신부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의식이 없이 일한다면 그것이 저에게 무슨 유익함이 있고 의미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신부로서의 정체성, 특히 신부로서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신원의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한들 그것은 제가 신부로서 살아가는 의미는 별로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스스로의 신원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살아가는 가운데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신앙인으로서 하느님 나라를 이땅에서 완성시킬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의무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행복과 그 행복을 선사하시는 사랑의 하느님을 믿는 자로서, 스스로의 정체성과 신원을 확인하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기쁨이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을 기피할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복음을 전하려고 힘쓰고 복음을 전하는 데에 방해되는 것을 포기하고 물리치는 우리의 노력을 통해, 또한 예수님을 찾았던 사람들처럼 우리가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이는 이들을 통해 확장되어가는 하느님 나라 확인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신앙인으로서 가지는 정체성과 신원을 확인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예비신자들을 모집하고자 마음과 뜻을 모으고자 합니다. 본당공동체의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느님 나라의 가족들을 불러모으고자 노력할 때에, 우리도 예수님에 힘입어 구원받을 사람들임을 확인하고 기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 몇 사람의 책임하에 선교활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번 예비신자 모집을 통해 우리 모두가 구원의 사도로서의 각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신앙의 기쁨과 보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예비신자 모집에 관심을 기울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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