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연중 제6주간 화요일(마르 8,14-2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15절)고 하십니다. 유다인들에게 누룩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기도 하지만 악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던 ‘누룩’이란 오늘날의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달랐는데, 빵을 구울 때 다음에 빵을 굽기 위하여, 밀가루 반죽을 조금 떼어놓아 발효가 일어나도록 하여 이것을 다음 빵을 구울 때 사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밀가루 반죽 속에 살아있는 누룩을 배양해서 사용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죽을 썩혀서 쓰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누룩은 ‘악한 것’이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조심하라는 누룩의 의미는 하느님의 뜻을 행하는데 방해가 되는 인간성의 병폐, 부패(腐敗)의 요소를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누룩이란, 예수님께 메시아적 징표를 요구하는 자세를 말합니다. 그런 능력과 인기(人氣)에 힘입어 세상을 정복하고 다스리는 현세적 태평성대를 바라는 것입니다. 특히 헤로데의 누룩이란 권력과 부귀를 통한 자신의 영달을 말합니다. 이두매아 사람인 이민족 헤로데가 로마제국의 힘에 편승하여 유대인들을 지배하는 권력자로 군림하고 있었기 때문에, 권세와 재력, 무력 등으로 획득할 수 있는 현세적인 승리, 현세적인 안락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이 ‘헤로데의 누룩을 조심하여라’는 말씀의 뜻입니다.

  예수님의 시대와는 동떨어진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이 진리는 같습니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에 처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주님께서 함께 계시다는 것과 주님께서 자신에게 베푸신 은총을 생각하고, 주님께 대한 희망을 가지고 그분을 먼저 찾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때로 우리는 바리사이와 헤로데의 누룩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제자들처럼 빵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걱정에 함몰(陷沒)되어 버립니다. 현실적으로는 걱정도 되지만, 하느님께서 필요로 하신다면 이 또한 하느님 나라를 이룩하는 데에 필요한 누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생각이 미쳐야 합니다. 그럴 때에 우리의 신앙과 모든 노력이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음을 믿고 또 잊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