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마태 9,14-15)

  오늘 독서와 복음말씀의 주제는 ‘단식’입니다. 단식은 ‘자발적으로 고행(苦行)을 선택하는 모습’인데요, 예수님 시대 유대인들의 고행은 ‘이스라엘 백성의 죄를 갚는 보속행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단식을 ‘그리스도의 수난 공로’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그 재계(齋戒)를 지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단식이나 고행의 의미를 독서에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시기에 그 의미를 먼저 새겨보았으면 합니다 :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리하면 너의 빛이 새벽빛처럼 터져 나오고 너의 상처가 곧바로 아물리라.”(이사 58,6-8)

  요즘은 방학철인데다 한동안은 집 안에서만 얌전히 지내야 할 때가 있다 보니 저도 때로는 시간감각이 무뎌질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심지어 주일인지, 오늘이 무슨 기념일인지도 놓칠 만큼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가 있음을 경험하신 분도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단식재(斷食齋)를 지키는 날(재의 수요일 - 올해는 2월 17일, 주님 수난 성 금요일 - 올해는 4월 2일)이나 금육재(禁肉齋)를 지키는 날(매주 금요일), 그 재계를 지킬 의무를 기억함으로써 우리가 맞이하는 시간의 의미에 보다 집중하며 살아가는 부수적 혜택도 얻게 되리라고 봅니다. 특히나 지금 같은 때에는 말이죠.

  단식재와 금육재는 우리를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에 동참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당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구원하고자 하셨기에, 참된 단식의 정신을 생의 마지막까지 온전히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단식과 금육의 재계를 통해 굶주리고 떠돌며 헐벗은 이들을 우선시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우리는 이 사순시기에 또다시 초대장을 받았음을 기억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