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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한국에서 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하여 2010년대 초반까지 '가두선교' 열풍이 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는 대구대교구의 모 신부님으로부터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운동인데, 보다 적극적인 선교 방안으로 제시된 모델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제서품을 받은 직후, 첫 본당에 발령을 받기 전에 '새 사제 연수'라는 교육을 받을 때에 '가두선교' 체험을 하러 시내 중심가의 어느 곳에 직접 가두선교를 하러 나간 적이 있습니다. 가두선교를 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부끄러워서 저것을 어떻게 할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한가지였습니다. 책자를 들고 길거리에 서서,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생전 얼굴도 본적없는 사람에게 먼저 말걸어서 굽신거리는 것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기껏 큰맘먹고 말을 건넸을 때, 상대방이 불쾌해하거나 그다지 반기지 않는다면 망신스러워서 어쩔까나 하는 생각이 가장 그 이유였습니다.

  이처럼 우리네들은 주위 사람들을 상당히 많이 의식하면서 삽니다. 특히나 어떤 결단을 내릴 때에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판단기준이 되곤 합니다. 물론 신중하게 처신하고,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는 꼭 필요한 자세입니다만, 주위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할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십니다. 사람들이 그분이 행하시는 일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바랍니다. 그래서 마귀들린 사람들도 해방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열광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열렬한 지지와 환호를 보내는 그 사람들 틈에 끼어계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서 기도하십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을 찾는다는 말을 들으시고, 사람들에게로 돌아가지 않으십니다. 당신이 해야 할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계셨던 예수님은 복음을 전할 다음 장소로 가십니다. 사람들이 무엇이라고 하건 상관없이 당신의 갈길을 가십니다. 이것은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실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자들이나 당신을 따르는 이들이 만류하였지만, 예수님은 당신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가십니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신념이 있었고, 그 신념대로 행동하신 분이었습니다.

 

  우리도 신앙을 증거할 때에, 다른 이들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다가 지켜야 할 본분과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신앙을 말과 행동으로 전하고 표현하는 것에 자긍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 성호경 하나를 긋는 것에서도 그런 자긍심은 드러날 수 있습니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성호경을 긋는다면 어떤 이들은 낯설어 하겠지만, 또한 어떤 이들은 이를 오히려 경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쉬고 있는 교우 가운데 어떤 이가 이 모습을 본다면 무뎌져 있는 신앙생활을 향한 마음이 꿈틀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실행할 것이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이고 옳은 일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과감하게 실천에 옮길 줄 아는 배짱과 포부를 가지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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