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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최근 들어 한국의 종교계 인사들이나 일부집단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이야기들을 좀 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때마다 가장 먼저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우리 사회 안에서 어떤 종교이든지를 막론하고 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반응이나 생각 중에도 ‘일부 유별난 집단의 문제이며 우리는 그렇지 않다’는 항변이 있습니다만, 우리 가톨릭교회도 그런 문제를 일으키는 부류가 아니라는 인식을 얻을 수 있을 뿐 정작 일부러 찾아올 만큼의 매력적인 모습으로 비치지는 못함과 동시에 한국 사회 안에서 어떤 차별화된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입니다.

 

  제가 이전에 중국에서 생활했던 때, 예비신자교리반을 찾아온 분들에게 성당을 오게 된 동기를 여쭤보면 적잖은 분들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 “주위에 성당 다니는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다 좋은 분들이더라.” “성당다니는 이웃들끼리 모이거나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니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 “교민사회에서 좋은 일 많이 하시는 분들 중에 성당 다니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성당을 다닌다는 사람들에게서 엿보이는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느낄 때, 그들도 직접 찾아보고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까지 생기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제자 두 사람이 예수님을 따라옵니다.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예수님을 소개하는 스승의 말을 듣고 관심이 있었겠죠. 그런데 그들은 ‘무엇을 찾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어떤 관심사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라삐, 어디에 묵고 계십니까?’하고 말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에 ‘와서 보아라’고 대답하십니다.

  이 첫 대화가 이루어진 “때는 오후 네 시쯤이었다”(요한 1,39)라고 합니다. 유대인들의 생활상에 비추어보면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하러 집에 돌아갈 시각입니다. 그러니까 요한의 제자들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대뜸 ‘어디 묵고 계십니까?’ 하고 질문한 것은 다시 말해 지금 본격적인 만남을 갖기에 적절치 않은 시간이니 다음에 꼭 예수님을 만나볼 수 있기를 원했다는 뜻입니다.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님을 꼭 직접 만나 얘기도 나눠보고 싶을 만큼 매력을 느꼈다는 뜻이겠죠. 또한 자신들의 스승인 요한이 예수님께 ‘하느님의 어린 양’이라는 이사야서에 나오는 메시아에 대한 호칭을 쓰는 것을 듣고 바로 뒤따라갔다는 것은 그들이 평소 ‘메시아를 통해 이룩하실 하느님의 구원’을 정말 간절히 믿고 있었다는 사실이 예수님을 더욱 만나보고 싶어하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에 예수님의 대답도 가관입니다. 다른 날에 약속을 잡는 것도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을 두고 “와서 보시오” 라고 초대하십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을 경험할 수 있도록 즉각적으로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보여주십니다. 요한의 제자들은 이런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들이 이끌렸던 어떤 매력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안드레아는 자기 형 시몬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0)라고 얘기하며, 우리가 알다시피 이들은 결국 예수님의 사도(使徒)들이 됩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읽으며 저도 공동체를 사목하는 신부로서 - 제 개인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 우리 공동체가 더 매력적인,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해보고 가입하고 싶고 어울리고 싶은 공동체가 되려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우리 교우 모든 분도 스스로나 주위의 이웃들과의 모습을 돌아보며 우리 공동체가 더욱 매력적인 공동체가 되려면 어떤 매력이 빛나야 할지, 그러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힘써야 할지 같이 생각하고 또 기도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운영하지 못했던 예비신자 교리반을 봄철부터 다시 시작해 볼 계획입니다. 주위의 이웃들에게 여러분이 지니신 ‘가톨릭 신자의 매력’을 발산(發散)하여, 그들에게 “성당 와서 다녀 보면 알아” 하고 권유할 기회를 각자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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