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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사방에서, 가깝고 먼 온갖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몰려옵니다.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신 하느님 나라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행복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 아픔을 치유해주시고 어루만져 주시는 분이 예수님이시니 사람들이 예수님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을 피하십니다. 사람들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떠받듦을 피하십니다.

 

  오늘은 악령들까지 여기에 가세합니다. 악령들은 예수님을 만나면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마르 3,11)라고 소리지릅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악령들조차도 예수님의 권능을 알아모시는가보다, 저분이 하느님이시라는 것이 분명한 사실임을 악령들을 통해서도 알수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악령들의 이 외침,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하고 사람들 앞에서 외치는 그 소리는 예수님을 유혹하는 손길이었습니다. 어떠한 고통도 없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로 사람들에게 드러나기를 바라고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진정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 사실은 십자가 위에서의 고통까지도 참아내면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완전히 이룬 다음에야 확실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악령들은 그것에 반대하여 고통없는, 십자가 없는 영광을 누리도록 예수님을 부추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그 악령들을 엄하게 꾸짖습니다. 사람들에게서 얻은 인기에 집착하지 않으시고, 악령들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누가 영광스러운 지위를 얻었다거나 하면 사람들은 그 결과만을 보고 부러워하곤 합니다. 어떤 노력을 통해서 그런 영예와 이익과 행복한 결과를 얻었는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드러난 모습만을, 과정은 아랑곳없이 성공적으로 비치는 결과만을 좇아서 사는 사람들은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심지어 부정한 방법을 써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으려고까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모범을 보면서 깨달아야 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나 눈으로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얻게 될 영광을 희망하며 짊어져야 할 십자가에 먼저 눈길을 돌릴 줄 알아야겠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온세상에 드러내신 예수님처럼 하느님으로 인해 마지막 날에 누리게 될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며, 오늘 우리가 안고 가야 할 모든 십자가와 어려움도 힘껏 끌어안고 짊어지며 살아가도록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오늘 기념하는 아녜스 성녀를 비롯한 수많은 순교자들이 그렇게 십자가의 역설적인 영광을 끌어안고 사셨음을 함께 떠올려보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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