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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유대인들에게 ‘7’이라는 숫자는 완전한 숫자라고 합니다.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에, 7일만에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간적 주기(周期)가 완료되었다는 것은 '시작에서 끝까지' 꽉 채워졌다는 의미로 이해하는데, 그래서 '숫자 7' 또한 부족함이 없음을 나타내는 의미를 지닌 숫자가 됩니다.

  그런데 베드로가 예수님께 ‘일곱번이면 되겠습니까?’ 라고 질문합니다. 왜 하필 일곱 번일까요? 베드로의 이 말은 ‘용서할만큼 최선을 다하고 나면 포기해도 괜찮습니까?’는 물음과 같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 최선을 다하고도 또 곱절로 노력해야 할만큼 끝없이 용서해야 한다.”

 

  용서하려고, 화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이 참 힘든 일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분이 풀리지 않기 때문이라는 작은 이유에서부터, 용서하려고 해도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혹은 내가 용서하지 못하고 미워하는 누군가가 자신의 잘못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용서하고 화해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한없이 용서하기만 하는 내 자신이 상처받고 손해본다는 느낌도 극복하기에는 벅찬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어도 한없이 용서해야만 한다고 예수님은 가르치십니다. 그 이유를 왕과 종의 비유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종은 왕에게 엄청난 빚을 탕감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용서받았기에 죄인으로 그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할 형벌에서 자유롭게 되었음에도, 그 사실을 금새 잊어버렸습니다.

 

  우리가 다른 이들로부터 우리의 잘못을 용서받지 못한다면, 그 죄의 사슬과 상대방으로부터 받게 될 미움과 증오의 사슬에 묶여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려고 노력하듯이, 그 누군가의 용서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도 홀가분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우리는 언제나 조건없이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하느님을 닮고자 노력한다면, 하느님의 조건없는 용서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단지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빚도 흔쾌히 탕감해준 왕처럼, 우리도 하느님께 진 빚을 매일같이 탕감받고 살아갑니다. 그로 인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나서 느끼는 홀가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도 이웃에게 그렇게 조건없이 용서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그를 용서하고 화해를 이룬 채 살아가는 것이 나의 생활과 구원에 가장 유익한 방법임을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를 바칠 때마다 우리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 하고 간청합니다.

  진정으로 주님께 죄를 용서받아 구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면, 우리에게 잘못한 이들을 미워하며 죄짓기보다, 먼저 그를 용서해주고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하느님께 용서받지 못할뿐더러, 이웃에게 지은 잘못을 용서받지 못해서 그 빚더미에 올라앉아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힘겹게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으로부터 용서받고 싶다면, 하느님께로부터 구원받고 싶다면, 먼저 용서하십시오. 다른 어떤 이유나 조건, 핑계거리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용서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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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다가오는 한 주간은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닐 일이 있어, 강론을 제때에 올리지 못할 경우가 잦을 것 같습니다. 여건이 안정되는 대로 다시 준비하여 게재하겠습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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