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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聖家庭) 축일입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 ‘聖’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경우는 하느님을 지칭하거나 하느님의 현존, 은총 등과 직접 연관될 때입니다. 그렇다면 ‘성가정’은 어떤 가정일까요? 우선 ‘하느님께서 계시는 가정’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성탄(聖誕)의 신비’를 통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시기에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은 성가정이 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신다면 그 가정 또한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 인해 하느님 나라가 도래(到來)하였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은총, 자비, 사랑이 충만하며, 그 열매를 맺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공생활 중의 무수한 기적의 장면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을 모시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가정에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과 자비, 사랑이 드러날 때에 우리의 가정 또한 ‘성가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가족 중에 비신자가 있거나 쉬고 있는 교우가 있을 때, ‘성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성사생활을 통해 보장된 은총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만, 단순히 성사생활을 영위하는 형식을 갖춘 것으로만 성가정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참된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해 봅시다.

 

  성가정이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는 가정’이라면, 그분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머무는 가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가족들이 서로를 대하는 가정입니다. 여기서 믿음이란 단순한 종교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계명 - 하느님의 계명은 때로는 실현이 불가능해보이기까지 합니다 - 을 우선적으로 가족들끼리 실천해보는 것을 말합니다. 불안함을 떨칠 수 없을지라도, 걱정하기보다는 지금의 모습에서 하느님 뜻을 헤아리고 서로를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가정을 말합니다. 성가정의 모범을 보인 요셉도 마리아도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할 것이라는 천사의 알림을 받아들였으며, 이 믿음으로 성가정이 이루어졌습니다.

 

  다음으로는 나의 사랑과 그 방식보다는 ‘하느님의 사랑과 그 방식’을 가족간 서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정이 되어야 합니다. 무릇 건강한 가정을 두고 생각해 본다면, 비록 완벽하고 온전한 마음과 모습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가족들에게는 그런 사랑을 주고받기를 포기하지도 않으며 포기해서도 안된다는 생각을 가족 모두가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누가 먼저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를 따지지도 않고요. 우리의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를 바란다면 이런 인간적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야 합니다. 즉 가정 안에서만 맴도는 사랑이 아닌, 우리 가정에서 주고받는 사랑이 세상의 구원, 이웃 사랑, 하느님 나라의 완성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확장되어 가고자 노력할 때에 비로소 성가정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 됩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가정의 모습을 통해 생각해보십시오.

예수님은 사람을 구원하시러 몸소 한 가정의 일원이 될 때에 가난한 목수의 아들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마리아와 요셉은 예상하지도 못했고, 어쩌면 바라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방법으로 찾아온 예수님을 받아들였으며, 그 수용(受容)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완성되었습니다.

비록 인간이 다시 실수하고 죄를 지을지라도 끊임없이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품어 주는 성가정 구성원들의 사랑을 통해 드러났으며, 이 성가정의 사랑은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완성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나의 사랑’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을 서로에게 보여주는 일, 이것이 우리가 성가정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일이요, 가정을 통해 우리의 구원을 이루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길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원하시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그 방법대로 가족을 사랑하고자 힘써 봅시다.

  교황님의 권고를 기억하며 가정성화기도를 함께 해보고자 오늘부터 시작하는 12일간의 내용을 준비하여 두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특별히 가족을 그리워하거나 소중함을 많이 느꼈을 올 한해도 거의 다 지났습니다. 문화원에서 인쇄물을 가져가시든, 본당 홈페이지를 통해서든, 감염의 우려로 다시 움츠러들고 있는 이 시기에, 차분히 마음을 모으고, “우리의 모든 가정이 성가정이 되기를” 염원하는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기도를 바치며 가정의 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연말연시를 보내시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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