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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주님수난성금요일입니다. 인류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실제로도 베푸는 방법인 ‘성사(聖事)’는 사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人性)은 교회가 성사를 베풀 수 있는 원천입니다. 그러기에 성목요일의 주님만찬미사 거행 이후부터 부활성야미사 전까지는 예수님의 인성이 존재하지 않는 시간을 묵상하고, 이에 따라 모든 성사를 집전할 수 없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임종 직전의 환자를 위한 병자성사등의 극히 예외적인 경우는 허용됩니다) 그래서 성금요일인 오늘은 미사가 아닌 ‘수난예식’을 거행합니다.

 

  성금요일의 주님수난예식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두 가지 특징적 부분은 ‘보편지향기도’와 ‘십자가 경배’입니다.

  먼저 보편지향기도는 10개를 바치는 것을 원형으로 합니다(사목적 이유로 축소할 수 있습니다). 그 지향들은 교회와 교황, 모든 성직자와 신자(교회 구성원), 예비신자,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유다인들, 비그리스도인, 하느님을 믿지 않는 이들, 위정자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교회의 기도입니다.(※올해는 특히 코로나감염사태 중의 전세계를 위하여 기도하는 특별지향을 교황님께서 추가하셨습니다) 이는 결국 세상의 모든 이들과 특별히 세상의 평화와 구원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 그리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지향이 담겨있으며, 이는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전구(轉求)’하는 도구로서의 교회의 역할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상에서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 아버지께 전구하신 모범을 교회가 본받는 것이며, 이 전구의 대상에서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음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교회의 일원으로서 바치는 '전구행위로서의 기도'의 모습이어야겠습니다.

 

  그 다음으로 ‘십자가 경배’입니다. 이는 사랑과 희생으로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통해서만 이 세상의 구원이 가능했음을 믿는다는 교회의 신앙고백입니다. 높이 들려진 십자가를 우러러보며 머리를 조아리고, 십자가 앞에 나아가 허리를 굽혀 경배하는 의식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 세상의 구원이 이루어짐을 믿는다는 신앙고백을 하게 되며 동시에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자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에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새롭게 하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분명히 고통과 상처, 굴욕의 상징입니다. 부끄럽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세상의 생각, 당신을 못박은 이들의 생각과 달랐기에 이를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사랑으로 십자가를 끌어안고 짊어질 때, “다 이루어졌다”(요한 19,30)는 수난기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에서의 마지막 말씀처럼, 우리가 피하려고 함으로써 여전히 누군가에게 남아있을 고통과, 고난을 감내하면서 기꺼워하지 못하고 쌓여가는 크고 작은 불평과 불만 또한 새로운 구원의 열매를 맺는 귀한 씨앗으로 바뀔 것입니다.

 

  우리를 사랑하신 주님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도, 십자가를 사랑하여 더욱 기꺼이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을 지닐 때 우리는 주님과 더욱 닮아가게 됨을 묵상하는 성금요일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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