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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신앙인이 행하는 단식은 좋은 것입니다. 뱃속만을 깨끗하게 비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우리의 마음도 깨끗하게 비워내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단식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 독서말씀에 나오는 것처럼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라기에 단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기에 단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기꺼이 함으로써 하느님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이 올바른 단식의 목적입니다.

 

  단식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사순시기에 특히 마음을 써야 할 절제와 극기, 희생의 의미를 생각해봅니다.

  이런 노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근본정신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사순시기의 고행은 자발적 극기, 희생입니다. 자신이 부족한 죄인임을 인정하여, 하느님 앞에 서 있을 때 자신의 죄로 인하여 부끄러워할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리고 이런 나의 마음을 하느님께서 불쌍히 여겨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의 표현인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면서 당신을 조롱하는 이들을 바라보셨던 예수님의 시선을 떠올려보십시오.

 

  때때로 이런 극기와 희생이 나는 ***을 했다’, ‘나는 ***을 지켰어라는 안도감, 우월감 등으로 이어지고, 타인의 부족함을 두고 충고, 비판, 질책하는 근거로 잘못 이어질 수도 있음을 봅니다. 죄 앞에서 부족한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웃들 앞에서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는 우리들이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할 때에, 십자가의 고통 그 자체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고 목적이 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사랑하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는 것이며, 부활의 영광을 얻기 위하여 기꺼이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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