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군가를 두고 훌륭한 사람,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때에 그 사람의 직업이나 재산, 직위 때문에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사람이 훌륭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겠지요. 하지만 그 훌륭한 모습, 타인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직업, 재산, 직위 등과 무관한 것만도 아닐 것입니다. 그 사람의 능력이나 경험, 권한 등을 더욱 잘 선용(善用)할 때에 더욱 빛이 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오시기로 되어있는 바로 그 분, 메시아이심을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 “나에게는 요한의 증언보다 더 큰 증언이 있다. 아버지께서 나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들이다. 그래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이다.”(요한 5,36)
세례자 요한의 증언을 비롯한 어떤 말보다도 당신께서 하시는 일들, 그 모습과 과정 그리고 결과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모든 것을 두고 당신이 메시아이심이 드러난다고 하십니다.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가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것은 그분이 하신 일이었는데, 다만 그 일이 ‘하느님 아버지께서 (예수님께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이기 때문에 그분이 ‘하느님께로부터 오신 분’임이 드러납니다.
어떤 큰 책임을 맡았거나, 높은 직위에 오르거나, 희소한 신분이나 위치에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서가 아니라 그 자리와 역할에 맞갖은 모습으로 일하는 데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드러납니다. 공동체를 사목하는 신부이든 공동체의 크고 작은 모임을 주관하는 책임자나 봉사자이든, 직장인이든 살림꾼이든 학생이든지간에 상관없이, 그 모든 직분과 역할을 일할 때에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일’을 해나가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럴 때에 우리가 신앙인이며, 우리보다 먼저 ‘아버지께서 맡기신 일을 완수하신’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데에 더욱 집중하는 자세로 주님의 오심을 맞이할 준비도 더욱 착실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전례적인 시기이든 현재의 상황 속에서 우리 각자에게 ‘완수하도록 맡기신 일’(요한 5,36)이 무엇일지를 잘 묵상해보며 기도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