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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우리가 들은 ‘약은 집사의 비유’에서 불의(不義)한 집사가 주인에게서 쫓겨날 처지가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했던 선택에 주목해 봅니다 : “내가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면 사람들이 나를 저희 집으로 맞아들이게 해야지.”(루카 16,3-4)

  주인의 재산을 관리함에 있어서 성실하지 못했다면 집사는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배를 불리는 일이나 본래의 직무와 관계없는 다른 일에 마음을 썼을 것입니다. 그랬던 그가 위기감을 느끼고서 고민 끝에 선택했던 방법이라면 이는 곧 위기를 모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방법이거나 혹은 이전에 자신의 지위가 안정적일 때에 이미 신경을 썼어야 할 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집사 자리에서 밀려나도 사람들이 자신을 집에 맞아들이게’ 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세상 속에서 재물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 재물을 잘 관리하고 선용함으로써 힘써야 할 일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이 재물을 소유하거나 관리함에 있어 밀접한 관계가 인정되듯, 재물을 통해서도 하느님 그리고 이웃들과 도 보다 밀접한 관계맺음을 도모해야 마땅하다는 것입니다. 재물이 악한 것이 아니라, 그 재물도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계명의 실천과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복음 속의 집사는 비록 불의한 관리인이었지만, 지혜로운 길을 택했습니다. 그는 잔머리를 굴려 마지막 한 몫을 더 챙기려 들지 않고, 오히려 재물을 나누었습니다. 그 나눔이 자신에게 더 큰 복을 가져다 주는 것임을 비로소 알아차린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는 결코 약삭빠른 청지기의 처신이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칭찬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의 자녀들도 닥쳐올 일에 대해 민첩하게 대처하건만, 우리가 믿고 또 희망하는 심판과 구원의 순간, 그 닥쳐올 일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빛의 자녀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집사가 닥쳐올 위기를 앞두고 ‘어떻게 하지?’(루카 16,3) 하고 던진 질문을 우리도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

  우리에게 맡겨진 재물이 지금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와 우정을 도모하는 데에 쓰이고 있는지, 아니면 혹시나 압박과 침해와 불목(不睦)의 원인이 되지는 않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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