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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1992년 10월 28일. 이 날이 무슨 날인줄 아십니까?   1999년 12월 31일은요? 세상 종말이 오고, 이날 ‘휴거’ 곧 예수님의 재림이 있을거라고 사람들이 떠들었던 바로 ‘세기말 현상’의 당일(當日)로 지목된 날짜입니다.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재산까지 몽땅 내놓고 광적으로 기도하며 모여있던 사람들의 모습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접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정말 세상종말이 올것인가 하는 것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내심 두려운 마음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작 세상끝날이 온다는 것을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 혹은 폭탄이 떨어지고 나서 아무것도 남지 않는것처럼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사건으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나 세상의 종말은 그렇게 한순간으로 모든 것이 허무하게 끝나버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이루어진 인류와 세상의 구원이 완성되는 날을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끝날은 곧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는 날입니다. 그러면 하느님 나라가 전혀 보이지도 않고 있지도 않다가 한순간에 번쩍하고 나타나겠습니까? 아닙니다. 100미터 달리기는 이미 “요이~ 땅!” 시작했고, 그래서 100미터를 끝까지 달렸을 때 비로소 최종 목적지에 들어가는 것처럼 하느님나라는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세상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들은 성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감탄하다가, 세상종말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놀라서 묻습니다. 그저 그때가 언제 올것인지, 그때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 것에 귀를 기울이고 현혹되지 말라고 하십니다. 실제로 지난 2천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전쟁과 재난이 있었습니까? 그런 것이 세상 종말의 표지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은, 그런 고통스러운 이 세상의 상황을 보면서 세상 종말과 하느님나라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들의 처지를 새삼 되새기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할지를 떠올리며 회개하라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며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바로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지난 주간부터 우리는 종말에 관한 성경의 말씀을 계속해서 듣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번주를 성서주간으로 지내도록 교회는 권고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담긴 가르침과 가치들을 우리 삶에서 실현시켜나가는 것이 세상의 종말을 잘 준비하고 맞이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성서주간’을 지내는 것입니다. 세상의 끝날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두려움에 떨지 말고, 예수님의 말씀과 내 삶의 모습이 얼마나 일치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을 읽고, 그 말씀을 듣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누고, 살아가는 가운데 그 메시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인생의 끝, 죽음과 부활의 사건이 일어날 때를 향하여 달려가는 여정을 시작했는데, 걸어가든 뛰어가든 중간에 그만두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맘속에 품고 그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함으로써 지금의 여정(旅程)을 완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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