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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우리는 성경을 가리켜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경을 읽을 때에는 그 내용이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어떻게 전하는가를 알아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내가 그 말씀에서 얻고자 하는 바에 몰입하느라, 하느님의 모습을 발견하고 깨닫는 데에 소홀해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열 명의 나병환자를 치유해주시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열 명 가운데에서 단 한 명만이 예수님께 돌아와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렸고, 더군다나 그 사람은 이방인인 사마리아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치유받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신앙인의 삶의 방향을 읽어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만약 이 이야기를 하느님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열 명 가운데에서 단 한 명만 하느님께 돌아오고, 진정으로 하느님과의 친교를 이어나간다는 사실은 하느님 편에서 보자면 그리 생소한 일도 아닙니다. 예수님께 열광하던 이들이 배신했다던가,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하거나 의심했던 이들, 예수님을 모함했던 이들, 하느님과 계약을 맺기를 먼저 청해놓고서도 한 눈 팔기를 밥먹듯 하던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민족에 이르기까지 이와 유사한 상황은 차고도 넘칩니다.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여전히 열 명의 사람들 모두를 치유해 주십니다. 

 

  만약 우리 자신이 선의로 행하고 자비를 베풀었음에도 이와 같은 경험을 반복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고 나서도 열 명이 도움을 청한다면 아무렇지 않은 듯이 모두를 도울 수 있습니까? 어떤 보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끊임없이 베풀기만 하는 데에서 허전함을 느끼거나 지친다고 느낀다면 손이 움츠러들거나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외면하고픈 유혹이 없을까요? 그럼에도 하느님께서는 열 명 모두를 치유해 주십니다. 아니나다를까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얻고 나서는 하느님을 떠나지만 말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하느님을 모시고 살아갑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도 그렇게 기다려주시고 구원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으면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는 감사할 줄 모르기도 하는 우리의 무심함에도 여전히 하느님의 은총은 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러한 하느님의 모습을 닮고자 노력한다면, 여전히 자신이 필요할 때에만 하느님을 찾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들도 더 자비로운 모습으로 변화되지 않을까요?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봉사, 희생하거나 때로 지치고 속이 상하더라도 계속 선의(善意)를 저버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할 이유를 오늘 복음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자비하신 모습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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