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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제 또래만 하더라도 동기(同氣)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꼬꼬마 시절에 싸움이 벌어지면 “자꾸 까불면 우리 형(오빠) 데려 올거야” 하고 뒷배를 과시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와 시비를 가리거나 힘겨루기를 하게 되었을 때,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판단되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래서 거들먹거린다거나 상대방을 얕잡아보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꼭 자기가 힘이 세다고 생각할 때만 그렇게 자신감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 뒤에 든든한 뒷배가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몇몇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예수님께 ‘어서 이곳을 떠나십시오. 헤로데가 선생님을 죽이려고 합니다’(루카 13,31) 하고 경고합니다. 헤로데는 세례자 요한을 죽인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자기에게 바른 소리를 하는 예언자 요한을 두려워하면서도, 세상의 논리를 거스르지 못하는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요한을 죽였습니다. 그런 헤로데가 이제는 예수님에게 똑같은 짓을 하려 하니, 예수님도 그런 화를 입지 않으려면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귀띔입니다.

  그러나 요한이 헤로데 앞에서 당당히 직언(直言)을 했던 것처럼, 예수님도 당당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여주십니다. 오히려 헤로데를 ‘여우’라고 비꼬면서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카 13,33)고 말씀하십니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솟아나겠습니까? 바로 사랑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이에 대한 믿음과 확신 때문에 생겨나는 용기입니다. 당신이 그 뜻을 온전히 따르려는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사랑이 죽음의 위협 앞에서조차 당당한 모습으로 나설 수 있도록 예수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줍니다.

  이 용기는 비록 약한 자의 모습으로 죽임을 당할지라도,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만 한다면 하느님 아버지께서 모든 것을 다 좋은 길로 이끌어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굳게 믿기 때문에 생기는 용기입니다.

 

  오늘 독서에 나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은 감옥에 갇힌 채 황제 앞에서 재판을 받고 죽을 것을 예감하는 가운데서도 에페소 교회의 교우들을 담대하게 격려하는 대목입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와 함께 머물고 있음을 굳게 믿는 사람은 어떤 환난과 역경 속에서도 신앙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신앙을 증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이 끝나도 변치 않을 든든한 후원자, 우리의 가장 든든한 뒷배는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목숨까지 바쳐 우리의 죄를 씻어주시고, 그 희생을 이 성체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이루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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