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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치유의 은총을 청하는 나병환자는 그 청원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마태 8,3)

  병을 앓는 이가 ‘자신을 깨끗하게 해주십시오’ 라고 청원하는 것인데, 복음 속의 청원은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는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라는 신앙고백 속에 이 청원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기도의 지향(志向, intentio)을 드러내는 두 가지 표현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여기서 우리가 기도 중에 ‘지향을 둔다는 것’이 중요함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교회의 고전적 표현으로서 ‘기도는 하느님과의 대화’라고 말합니다. 이는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 생각을 함께 고려하고 이해하는 상호간의 소통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지향으로 읊는 기도 곧 ‘저를 깨끗하게 해주십시오’라는 기도는 ‘내가 ***을 원한다/필요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상황전달에 그칠 수 있습니다.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에 도움을 청하는데, 상대방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인지, 나를 도와줄 의지나 여력은 있는지, 이런 도움을 청하는 타이밍이 상대방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적절한지 등에 대하여 아무런 생각없이 무작정 들이대듯 도움을 청한다면 성공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을까요?

  청원하는 기도의 지향, 곧 우리가 하느님을 찾을 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에, 우리는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에 대한 상황판단도 할 줄 알아야겠지만, 그 도움을 주실 하느님께 눈을 돌림으로써 하느님을 알아보고 살필 줄 아는 신앙인이 될 수 있어야겠습니다.

 

  진정으로 간절히 원하는 소원을 들어달라고 청하려면, 하물며 부모님께 부탁을 드리려고 해도 부모님의 기분이나 집안상황 등을 고려해 타이밍을 재거나 부탁할 수 있을만 한 것인지를 신중히 따져보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좋은 지향’을 찾으려는 노력은 우리를 하느님께 한 발짝 다가서게 해주는 자연적 은총이 있음을 오늘 복음에 나오는 나병환자의 청원하는 모습에서 배울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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