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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저는 안경을 쓰지 않습니다만, 요즘 노안(老眼)이 조금씩 찾아옴을 느낍니다. 이전에 비해서는 불편함이 좀 있더군요. 그와 동시에 안경을 착용하신는 분들이 감수하는 불편함에 대해서 들어왔던 얘기들이 떠오릅니다. 오죽 답답하고 불편하면 그 안경 한번 벗어보려고 ‘라식’이라는 수술까지 하겠습니까?

  그런데 안경이라는 것이 마냥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싶기도 합니다. 안경을 써야만 하는 불편함에 비할 바는 못되겠습니다만, 우스갯소리로 어떤 TV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어떤 연예인들은 ‘안경을 벗으면 보기 흉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안경을 착용한 모습이 보기 좋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장면은 액세서리로 활용하는등의 측면으로 그나마 부수적인 혜택과 이익도 있음을 생각하며 부정적인 측면만 생각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희화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비단 안경이나 물건에만 해당되는 일이겠습니까? 이런 안경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는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에게서 별로 필요성이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이웃도 있을 것이고, 같이 있으면 오히려 걸리적거린다거나 짐스럽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존재가치가 없다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물건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골고루 행복할 수 있도록 창조하신 하느님의 섭리가 담겨있듯이, 사람도 하느님의 모상을 전혀 닮지 않은 사람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른 누군가를 짐스럽게 여긴다거나, 스스로를 그렇게 폄하하는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들 때마다 우리는 생각해봅니다. 과연 그것이, 그 사람이, 그 모습이 무거운 짐이기만 한지 말입니다.

  정말 내게 필요가 없고 아무 상관없는 것이라면 짐도 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껄끄럽고 짐스럽다 하더라도, 오히려 그 사람이 나를 갈고 닦고 깎이게 함으로써 성숙시켜주는 하느님의 도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온유함과 겸손함’의 참뜻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명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마태 11,2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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