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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예전에 본당에서 어린아이들에게 종종 물어봤습니다 : “엄마 아빠 말씀을 왜 잘 들어야 돼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제대로 된 대답을 못합니다. 아이들의 결론은 ‘엄마, 아빠니까요’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던 시절, 대학생들을 상대로 수업을 하면서 질문을 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부모님이나 형제자매를 위해서라면 만사 제쳐놓고 희생하거나 가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암진단을 받아서 수술하신 적이 있는데, 잠시 자리를 비우고 며칠 어머니를 뵙기 위해 다녀오겠다고 했을 때 아무도 ‘왜 가냐 하느냐?’, ‘꼭 지금 가야 하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녀올 수 있도록 일을 대신해주거나 도와주려고 합니다.

  우리 대부분의 사람이 굳이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나 자신만큼 소중한 존재가 가족임을 압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을 위하는 마음, 가족을 우선시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까지는 존중해주고 공감해줍니다. 그래서일까요? 내 부모님께 잘해주는 사람은 내게도 은인입니다. 내 자식에게 고마운 사람은 내게도 고마운 존재입니다. 자식을 신부로 봉헌한 저희 어머니도 아들 신부를 아껴주는 분들, 얼굴도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을 두고 고맙다는 말씀을 늘 되풀이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고 말씀하십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말씀의 뜻을 생각해봅니다.

첫째,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고 말하면서 정작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만사 제쳐놓고 먼저 받들어야 할 중요한 일,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당연하고 중요한 일로 여기는가를 돌아보아야겠습니다.

둘째,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시고 그 표시로 그분의 뜻을 죽기까지 받드셨습니다. 그 사랑이 크고 헤아릴 길 없기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 실행하는 모든 사람도 가족처럼 사랑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사랑할 수 있을만큼 하느님 아버지를 사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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