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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강론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꾸중을 들어야 할 때에 ‘청개구리 삼신’ 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내복을 입을 만한 때가 왔다는 생각에 이 ‘청개구리’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내복 입는 것을 참 싫어했습니다. 갑갑하게 죄는 듯한 느낌이 싫어서입니다. 사실 내복을 입으면 따뜻하고 좋습니다. 갑갑하다고 느끼는 것도 잠시일 뿐, 하루이틀만 입고 다니다 보면 그렇게 불편하다는 생각도 더 이상 나지 않을뿐더러 나중에는 되려 내복을 벗기가 싫어집니다. 그럼에도 그것이 하기 싫다고 일부러 어머니를 피해다니고, 때로는 고집을 피운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갑갑해서든 혹은 내복을 입는 것이 창피하다고 생각해서든, 결정적인 이유도 없이 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은 사실은 제 고집 때문이었는데요. 그렇게 ‘똥고집’을 피우다 보면, 결국 어머니에게서 한번씩 듣게 되는 말이 바로 이 ‘청개구리 삼신’ 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이런 똥고집에 청개구리와 같은 심보를 지닌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바로 유대인들입니다. 예수님은 유대인들의 마음가짐을 두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요한이 와서 적게 먹고, 술도 마시지 않는 금욕생활을 하니깐 미쳤다고 말하며 그말을 듣지 않더니, 예수님께서 오셔서 죄인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고 하니깐, 먹보요 술꾼에 죄인들하고만 논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주시는 가르침을 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그들을 타이르십니다. 이미 드러난 결과에서 하느님을 느끼라고 말입니다. 이미 드러난 결과에서 이미 하느님의 지혜가 드러나 있음을 말합니다.

 

  요한이 준비한 시기는 주님을 준비하는 시기였고, 그 시기에 필요했던 것은 회개와 보속의 생활, 금욕적인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오셨기에 예수님으로부터 온 구원에 감사하며 기쁨이 가득한 시기를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유대인의 고집이 말썽입니다. 죄인들은 오히려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하느님의 지혜, 하느님의 뜻을 쉽게 알아듣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온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그들이 지혜로우며 하느님께 선택된 사람이라고 여기는 자부심 때문에 요한이 말하는 회개와 준비의 시기도, 예수님과 함께 하는 기쁨의 시기도 제대로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살지 못합니다. 그들이 보기에 요한은 너무 엄격하고, 예수님은 너무 물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오늘 복음의 마지막까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 “(하느님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마태 11,19)고 말입니다. 당신을 보고 믿지 못하겠으면 나타난 결과를 보고서라도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차분하게 회개의 정신을 실천하면서도 예수님을 맞이할 설레임으로 마음 속의 기쁨을 누릴 줄 알 때에, 우리는 하느님의 지혜가 이루시는 구원의 시간을 거슬러 살아가는 ‘청개구리’는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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